
이 원고가 실리는 주면 여러분은 전 세계 최연소 억만장자의 일대기를 담은 흥미진진한 영화를 볼 수 있을 것이다. 데이비드 핀처(David Fincher)가 감독한 이 영화의 제목은 ‘소셜 네트워크(Social Network)’. 한국어로 직역하면 인간관계, 일명 인맥이지만 트위터나 페이스북 등 관계를 중심으로 구성되는 웹 서비스를 통칭하는 용어이기도 하다. 영화의 주인공은 페이스북의 CEO인 마크 주커버그(Mark Zuckerberg). 올해 한국 나이로 27살인 그는 집도 차도 직장도 없는 하버드 대학의 말썽꾸러기에서 구글을 위협하는 IT계의 영웅이 되었다. 구글이 검색창을 통해 ‘월드와이드웹을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를 제시했다면 페이스북은 사람을 중심으로 월드와이드웹의 씨줄과 날줄을 촘촘히 엮는 ‘소셜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웹은 정보 지향에서 관계 지향의 공간이 되었고 이는 웹의 새로운 미래가 되었다.
영화 ‘소셜 네트워크’는 페이스북의 성공 아래 숨겨진 추악한 이면을 파헤친다. 영화의 주 내러티브는 “5억 명의 ‘친구’가 생긴 순간 진짜 친구들은 적이 되었다!”라는 카피처럼 영화는 페이스북을 훔쳤다 주장하는 ‘진짜 친구들’과 마크 주커버그의 대립으로 구성되어 있다. 데이비드 핀처의 치밀한 연출과 그로테스크한 음악을 통해 표현되는 이 대립 구도는 쉴 틈 없이 스크린을 장악하며 소셜 네트워크를 통해 만들어지는 수많은 온라인 관계를 통해 우리가 무엇을 발견했으며 무엇을 놓치고 있는지 환기시킨다.
영화 ‘소셜 네트워크’의 음악은 인더스트리얼 록 밴드 나인 인치 네일스(Nine Inch Nails)의 트렌트 레즈너(Trent Reznor)가 맡았다. 나인 인치 네일스가 전파시킨 인더스트리얼 록은 전자 음악과 록 음악이 결합한 실험적인 음악으로 플로어를 달구기에 충분한 강렬한 비트와 침대를 벗어나고 싶지 않게 만드는 음울함을 동시에 지닌 실험적인 장르다. 1988년도부터 시작된 나인 인치 네일스는 90년대 중반 큰 인기를 얻으며 두 번이나 그래미 어워드를 수상하고 2,000만 장의 음반 판매고를 올린다. 이 정도면 성공의 단꿈에 젖어 대형 밴드의 노선을 걸을 법도 하지만 그들의 실험은 음악에만 국한된 게 아니었다.
거대 음반사의 횡포와 변해가는 뮤직 비즈니스에 고민하던 나인 인치 네일스의 트렌트 레즈너는 자신의 음반사를 차리고 뮤직 비즈니스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따른다. 그 패러다임의 중심은 웹. 나인 인치 네일스는 뮤직 비즈니스의 패러다임이 음반에서 디지털 음원으로, 대형 미디어에서 블로그나 소셜 네트워크로 옮겨가고 있음을 깨닫고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자신의 웹사이트와 소셜 미디어를 통해 적극적으로 팬들과 소통하고 자신의 음반을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센스에 따라 무료로 공개해 팬들이 자유롭게 음원을 다운받고 리믹스할 수 있게 한 그의 행보는 2,000만 장의 음반을 팔아치운 밴드의 행보라 하기엔 파격적이었다.
결과적으로 그의 실험은 성공했고 90년대 활동했던 대부분 밴드가 화석이 된 것과 달리 그때와 마찬가지로 여전히 가장 진보적인 밴드로 활약하고 있다. 특히 소셜 네트워크를 통한 그의 소통은 뮤지션과 팬의 관계를 재정립시키며 단단한 나인 인치 네일스 마니아를 형성했다. 마크 주커버그는 소셜 네트워크를 통해 진짜 친구를 잃었지만 트렌트 레즈너는 소셜 네트워크를 통해 거대 음반사와 대형 미디어의 우산 아래에 있었다면 결코 얻지 못했을 진짜 친구를 얻었다. 이 영화의 제목이 주인공인 ‘마크 주커버그’가 아니라 ‘소셜 네트워크’인 이유다.
<경상대 신문 기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