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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과 도박만큼 고전적이지만 아직도 유효하며 그보다 즐거운 슬리브페이스 놀이 @ lp dig (in beastshop). 

* 참고 사이트
sleeveface.com
wikipedia의 sleeveface 항목


2009/03/03 – [sound reciepe/select] – 빈티지의 천국 lpdig 오픈 파티에 다녀온 게 자랑

장기하는 내가 공연을 보러 가지 않아도 별 일 없이 잘 살 것이다.

지난 주 금요일, 2월 27일은 장기하와 얼굴들의 ‘별일없이 산다’ 앨범 발매 기념 공연과 차지은씨의 작업실 오픈 파티가 있는 날이었다. 나는 두 이벤트 모두 초대 받았기에 둘 중에 하나를 선택해야 했다. 선택을 하기 위해선 각 이벤트의 메리트가 무엇인지 따져봐야 한다. 전자는 장기하와 얼굴들을 일부러 사람 많은 공연장에까지 찾아가서 볼 만큼 좋아하지 않지만 예매 개시 24분 만에 매진된- 선택받은 자만이 갈 수 있는 공연이었기에 다른 사람들에게 자랑을 할 수 있다는 메리트가 있었고(이와 비슷한 경우로 나는 구준표를 별로 좋아하진 않지만 자랑거리가 되기에 홍대 앞에서 꽃보다 남자 촬영을 하던 구준표를 보았던 걸 떠벌리고 다녔던 경험이 있다.), 후자는 한동안 보지 못한 차지은씨를 비롯 예전에 함께 어울리던 사람들을 만나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메리트가 있었다. 결과적으로 셀레브리티보단 의리랄까, 자랑하길 좋아하는 나이지만 지난번 구준표 자랑건으로 자랑 게이지를 어느정도 채워져 있던 나는 후자를 선택했다. 하지만 그 선택은 즐거운 시간 뿐 아니라 예상치 못했던 자랑거리 역시 안겨주었고, 그러한 이유로 당신은 가뜩이나 업데이트가 잦지 않은 이 블로그에서 별로 보고 싶지도 않은 나의 자랑 따위를 들어야 하는 처지가 된 것이다. 뭐, 그래도 내 자랑이 적어도 강만수의 ‘올 해 원없이 써봤다.’는 자랑 따위보다는 유익하지 않겠는가. 혹시 강만수의 자랑보다 내 자랑이 유익하지 않았다면 나를 ‘강만수보다 못한 놈.’이라 욕 해주길 바란다…라고 썼지만 정말 그런 욕을 들으면 기분이 몹시 나쁠 것 같다.

자랑거리 하나. 술과 안주가 끊임없이 무료로 제공됐다. 술은 버드와이져, 시바스리갈, 이름은 잘 모르겠으나 비싸다고 얘기한 와인, 소주 등 거의 모든 종류의 술이 준비되어 있었다. 이 술은 당연히도 시바스리갈, 와인, 버드와이져, 소주 순으로 소비되었다. 안주는 까르보나라 파스타, 소불고기, 야채샐러드, 과일, 과자 등 푸짐한 안주거리가 떨어지기가 무섭게 끊임없이 테이블을 채웠다. 술과 안주만 있으면 그곳이 바로 천국이라는 애주가들의 격언처럼 끊이지 않고 제공되는 술과 안주는 가끔 차지은씨의 등에서 날개가 보이게 했다.

자랑거리 둘. 사실 이게 진짜 오늘 하려고 했던 진짜 자랑이다. 차지은씨가 차렸다는 작업실은 엄밀히 작업실이 아니고 일을 도와주며 작업실로 함께 쓰는 레코드, 신디사이저, 타자기 등을 파는 빈티지 샵이었다. 그 곳엔 몇백장의 레코드와 수십개의 신디사이저가 있어 내 눈을 호화롭게 해주었는데, 시선을 고정시키지 못하는 귀신을 보는 사람처럼 나 역시 술을 마시고 안주를 먹으면서도 시선을 한 곳에 고정시키지 못하고 계속 주변의 물건을 훑어보곤 했다. 아마 정신과의사가 이런 나를 보았다면 ‘집중력장애’ 진단을 내렸을 것이다. 이 호화로운 풍경을 다른 이들에게도 자랑하고 싶어 별로 자랑스럽지 않아 잘 쓰지 않는 3년된 핸드폰 카메라로 사진을 몇 장 찍었다.

입구 오른쪽 벽면을 자랑하고 있던 빈티지 신디사이저 & 키보드들. 화면이 지나치게 밝은 것은 핸드폰 카메라가 후져서가 아니라 사진이란 찍는 이의 마음을 반영하는 매개체이기 때문일 것이 다. 실제로 저 키보드를 보는 순간 내 마음은 ‘너무 반짝반짝 눈이 부셔 sine, triangle, saw, pulse’를 부르고 있었다. 사장님께서 직접 cuircit bending을 하기 위해 들여놓은 casio 키보드가 주를 이루었고 사진에 찍히진 않았지만 꼭대기에는 akai 사의 첫 시퀀서인 akai asq-10, alesis의 첫 드럼 머신 hr-16 등이 놓여 있었다. 우측 하단에 있는 것은 눈썰미가 좋은 사람이라면 눈치챘겠지만 roland juno-6. 장기를 팔아서라도 구입하겠다는 의사를 비췄지만 현재 수리하기 힘들어 판매는 하지 않는다고 한다. 덕분에 내 장기는 아직 무사하다. 잦은 음주와 흡연으로 기능이 썩 좋은 것 같진 않지만.

우측 하단에 보이는 건 yamha electone처럼 생겼으나 정확히 electone은 아니고 타 회사의 다른 제품이라고 하는 데 모델명이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 상단에는 역시 각종 신디사이저가 놓여있고 electone처럼 보이는 것의 가장 좌측에 세워져 있는 것은 casio의 신디사이저인데 바디 재질이 마치 오르간처럼 목재로 이루어져 있다. 그 좌측에 있는 건 각종 modular들. 하여간 구멍만 보면 어떻게든 꼽아야 속이 시원한 성격이라 한대 정도 꼭 갖고 싶은 물건이다. (오해가 있을 것 같아 얘기하자면 위의 구멍 얘기는 콧구멍을 후비면 속이 시원해진다는 의미이다.) electone처럼 보이는 것(이렇게 표기하기 귀찮아서라도 다음엔 꼭 모델명을 알아와야겠다.) 위에 올려져 있는 post poetics의 가방이 묘하게 조화롭다.

‘서라벌 레코드’를 마지막으로 이제는 한국에 레코드를 찍는 곳이 단 한 곳도 남아있지 않지만 한 때는 한국에서도 프라이빗 프레스를 찍을만큼 레코드공장이 번성했던 때가 있었다. 참고로 프라이빗 프레스에 적혀 있던 보내는 사람의 이름은 이름으로 추측컨데 사장님의 부모님인 듯 했다. 과연 저곳엔 어떤 낭만이 숨어 있을지. 프라이빗 프레스가 무엇인지에 대해선 이 글을 참고하길 바란다.

녹을 제거하는 스프레이 같은데 왠지 지금은 저 스프레이통 속이 녹 슬어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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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과 안주가 있는 자리에 음악이 빠졌다면 나는 이 자리를 자랑하지 못했을 것이다. 실제로 레코드 부스에선 한대의 시디피와 턴테이블을 이용 놀러온 누군가가 끊임없이 음악을 틀었고 어느 순간부턴 자연스럽게 연주와 노래가 이어졌다. 건반에 캐비넷 싱얼롱즈의 김목인씨, 아코디언과 보컬은 전-캐비넷 싱얼롱즈의 차지은씨, 트럼펫은 캐비넷 싱얼롱즈의 행또님. 간간히 카사바에 외로운 둘리님이 활약해 주셨다. 이날의 연주와 무드는 최근 소리수집가로 활동중인 본인에 의해서 녹음되었는데 그 결과물은 티스토리가 저작권 위반 어쩌구 하며 헛소리만 하지 않는다면 위의 플레이어에서 들을 수 있을 것이다. 참고로 이 날은 여러 뮤지션들이 방문해주기도 했는데 위에서 언급한 캐비넷 싱얼롱즈와 쌈싸페의 정말 숨겨진 고수 외로운 둘리, 한국에서 가장 섹시하게 roland juno-60을 다루는 몽구씨, 독설과 외국어의 달인 디제이 soluture, 고양이를 사랑하나 알러지가 있는 딜레마에 빠진 디제이 futuretv양 그리고 미친밴드 불싸조의 미친놈 삼식이 등이 다녀갔다.

이건 dailycodi에서 무단으로 가져온 안데쓰가 찍은 사진들. 키보드와 붐박스 앞에서 고독한 봄처녀의 포즈를 취하고 있는 자가 안데쓰이고 아래가 즉석에서 이루어졌던 잼 현장이다. 구석에 멀리서도 번들거리는 얼굴이 도드라져 보이는 내 모습도 찍혀 있다. 참고로 안데스는 현재 솔로이고 남자친구를 사귀길 매우 희망하고 있으니 내 블로그를 방문하는 이 중 마음에 드는 사람이 있으면 사이트를 방문하길 바란다. 당신이 여자를 좀 사귀어봤으면 알겠지만 365일 매일 다른 모습으로 스토킹을 허용하는 여자는 결코 흔치 않다.

핸드폰 카메라가 자랑스럽지 못해 미처 사진으로 찍지 못한 것들이 너무 많다. 사장님이 직접 circuit bending을 하시는 작업실, ymo와 kraftwerk의 레코드가 있는 레코드 부스, 빈티지 다리미 등. 오래된 것을 사랑하는 이라면 누구라도 반할만한 것들이 잔뜩 놓여 있는 이 곳의 이름은 lpdig이라고 한다.(dick이 아니다.) 사이트 주소는 www.lpdig.com이고 아직 온라인 판매는 하고 있지 않고 빈티지 물건들은 직접 눈으로 보고 손으로 집어 먼지를 털어낼 때 비로소 가치를 발견하게 되는 법이므로 기회가 되면 직접 찾아가 보길 권한다. 찾아가는 방법은 5호선 양평역 2번출구에서 직진한 뒤 ‘구월산 장군집’에서 우회전,100미터 정도 걸으면 보이는 ‘대성상회’ 옆 ‘이사화물센터’ 건물 지하로 내려가면 된다. 아직 간판이 없는데 원래 좋은 건 숨어 있는 법이다.

복잡할 거 아무것도 없는 lpdig 약도

자랑거리 셋. lpdig의 사장님은 술과 음악과 옛것이 어우러지는 낭만을 고스란히 잘 간직하고 계신데다 어떻게 하면 그 낭만을 모두에게 나누어줄 수 있는지 역시 잘 알고 계신 분이었다. 술이 거나하게 취한 사장님은 당일 lpdig 매장을 방문한 이들에게 마음에 드는 물건을 (좀 과해보이는 것 까지 주셨는데 나중에 조금 후회하는 모습을 보이셨던걸로 보아 아마 술기운에 그랬던 것 같다.) 선물로 하나씩 주셨는데 내가 챙겨놓은 것은 soul 2 soul의 ‘back to life’ 12인치 싱글이었으나 자리를 정리하다 분실하고 대신 자마이카의 jackson 5의 musical youth의 ‘youth of today’ 레코드를 받아왔다. 앞으론 이 레코드를 들을 때마다 lpdig에서 있었던 즐거운 추억들이 떠오를 것 같다. 비록 musical youth는 ‘pass the dutch’의 원히트원더로 유명한 팀이지만 lpdig의 방문은 한번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다. 특히 가게에서 사장님과 술을 많이 마셔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musical youth – pass the dut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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