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운로드 받은지는 좀 되었는데 시간이 없어 직접 테스트해보진 못하고 혹시 다른 테스터가 등장하지 않을까 싶어 포스팅한다. 영상을 보면 알겠지만 원리는 간단하다. 보드를 구성하고 그 위에 인식 가능한 형태의 이미지를 놓으면 웹캠을 통해 그 이미지가 놓인 위치를 인식하고 그에 맞춰 시퀀서 및 드럼머신이 작동하는 형태다. 예전에 본 블로그에서 소개했던 reactable와 규모의 차이는 있지만 같은 원리다. 이 프로그램 덕분에 이제 여러분도 웹캠만 있다면 베드룸 bjork이되어 체스말을 옮기 듯 우아하게 시퀀싱을 할 수 있게 되었다. 더이상 손을 쓸 수 없을 정도로 곡이 완성되었을 땐 ‘체크메이트!’라 외쳐주시길.
사실 가장 놀라운 건 이 프로그램의 존재보다 이 프로그램을 획득하는 방법에 있다. 위 프로그램은 d-touch.org에서 무료로 다운로드 받을 수 있다. 아울러 PDF로 만들어진 웹캠 인식용 DIY 킷 역시 제공한다.
‘말’ DIY 킷
터치핸드폰에서 대부분 채택하고 있는 모션인식, 닌텐도의 wii, 마이크로소프트에서 발매될 예정인 Natal에서도 볼 수 있듯이 최근 기계의 감각은 ‘조작된다’에서 ‘인식한다’로 바뀌고 있는 듯 하다. 즉, 수동적인 존재에서 이전보다 능동적인 존재가 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과연 기계는 어디까지 인간의 감각을 흉내낼 수 있을까. 전자양은 진정 안드로이드의 꿈을 꾸는가. (는 아직 오버인듯 하지만.)
올해 초 있었던 bjork의 내한 공연은 오랫동안 팬이었던 그녀의 공연을 실제로 본다는 것만으로도 흥분되는 일이었지만 개인적으로 터치스크린을 기반으로 한 악기들이 리얼타임으로 라이브에서 어떻게 구현되는지 관찰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도 했습니다. (참고 포스트:bjork의 공연에서 쓰인 터치스크린 악기-lemur/kaoss pad/reactable) 저는 공연 후기에서 터치스크린이라는 새하얀 도화지에 펼쳐질 무수히 많은 가능성의 향연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내며 농담 삼아 터치스크린 기반으로 한 기타라도 등장할지 모른다고 얘기했는데요. 아직 터치스크린 기타는 등장하지 않았고, 별로 그런 꼴은 보고 싶지도 않지만 (잉베이 말름스틴이 터치스크린 위에서 그 육덕진 손을 현란하게 놀리는 모습을 상상해보세요. 얼마나 끔찍합니까.) 그보단 실현 가능성이 높고 그보단 덜 흉한 제품이 등장했습니다. attigo라 붙여진 이 것의 정체는 영국의 dundee university에서 프러덕트 디자인을 공부 중인 scott hubbs라는 학생의 작품입니다. 턴테이블 위에 레코드를 올려 놓고 손으로 돌리고 비벼가며 조작하는 대신, 터치테이블 위에 웨이브 폼을 전송한 뒤 역시 손으로 비비고 터치하며 조작하는 형태입니다. 우선은 아래 동영상을 봐주세요.
그리 실력이 뛰어난 것 같진 않지만 scott hubbs의 attigo를 이용한 비트 저글링과 스크래치는 탄성을 자아내기 충분합니다. 터치스크린 하나 씌웠을 뿐인데 말이에요. 사실 터치스크린을 통해 레코드를 조작하는 아이디어는 그리 새로운 건 아닙니다.. 가장 널리 알려진 형태는 역시 traktor에 lemur를 매핑시켜 사용하는 것이겠지요.
lemur & traktor
attigo가 traktor에 lemur를 매핑시켜 사용하는 것보다 뛰어난 점은 직접 웨이브 폼을 보면서 실제 레코드를 조작하는 감각으로 플레이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무엇보다 lemur 이용시 좁은 화면으로 인해 쉽지 않아 보이는 스크래치나 비트 저글링을 할 수 있다는 것이 큰 장점이겠지요. 아직 이 제품이 실용화 되기에는 갈 길이 멀어 보입니다. 우선 터치스크린 기반 악기의 공통적인 단점인 정밀한 조작이라는 측면에서 좋은 점수를 주기 힘들 것 같고요. 턴테이블보다 큰 부피는 굳이 이 제품을 이용해야할 메리트를 느끼지 못하게 합니다. 무엇보다 가장 큰 단점은 조작하는 모습이 별로 간지나지 않는다는 것이겠지요. 솔직히 위 동영상에서 scott hubbs가 검지 손가락을 내밀어 ET와 조우하듯 스크린을 조작하는 모습은 조금 애처로워 보이기까지 합니다. 하지만 이 제품이 디제이 프로덕트의 진화에 있어서 어떠한 가능성을 제시했다는 것을 간과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터치스크린은 아직은 결과보단 과정에 있어서 의미가 있는 수단이니까요. 어쩌면 언젠가는 iBand처럼 iphone 두대로 믹싱을 하다 전화를 받는 디제이를 볼 수 있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scott hubbs의 웹사이트 attigo의 개발 및 시연 장면을 볼 수 있는 scott hubbs의 vimeo 사이트
youtube에 올라온 부틀렉 비디오를 통해 그전에 확인했지만 (그러고보니 youtube는 얼마나 간단하게- 클릭 한번으로 우리의 설레임을 편리함으로 전이시키는가.) 실제로 본 bjork의 공연은 youtube를 통해 확인했던 것 이상으로 황홀했다. 만화경처럼 예측할 수 없는 90분의 황홀경. 그녀가 우리에게 전해 준 황홀경은 다채로운 시청각적인 효과들의 총합이었다. 나는 이를 편의에 따라 구분하고 우선순위를 매기고 싶어졌다.
bjork volta tour in korea를 구성한 요소 best 5
1.무슨 말이 필요한가. 평생 아이슬란드 동화속에서나 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던 bjork이 당신 눈 앞에 있다. 게다가 음반에서 들었던 그 목소리로 노래를 부르고 새침하게 땡큐라고 얘기한다. 뷰욕이 땡큐라고 얘기한 순간 당신이 몽정을 했더라도 나는 결코 놀리지 않을 것이다.
2.집에서 20만원 대의 싸구려 미디콘트롤러나 조종하는 나같은 베드룸스튜디오 뮤지션들에게 korg kaoss pad 3, lemur, reactable 로 이어지는 터치스크린 기반의 최첨단 컨트롤러를 큰 스크린으로 구경시켜주었다.
3.10명의 브라스 밴드/드럼/신서사이저/랩탑이 펼치는 폭포수 같은 사운드의 향연. 내가 원래 좀 많이 맞고 다닌 편인데 그 어느것도 뷰욕의 사운드에 두들겨 맞은 것만큼 충격적이지는 못했다.
4.bjork은 멍청한 백인락밴드처럼 삼다수 생수물 같은건 뿌리지 않는다. 그녀는 화려한 아방가르드 드레스를 입고 폭죽을 터트리고, 꽃가루를 뿌리며, 레이저는 당신의 머리 위를 지나 하늘위에서 춤을 춘다. 당신의 눈은 rem 수면을 취하는 것처럼 결코 한 곳에 머무르지 못했을 것이다.
5.제일 왼쪽에서 브라스 불던 언니가 좀 예뻤다. 통 몸빼 의상이 좀 안타까웠다.
이 중 내가 가장 주목한 것은 2번이었다. 그리고 아마 그녀도 나와 같은 사람이 2번에 주목하기를 바랬을 것이다. 첫 곡 ‘earth Intruders’가 시작되었을 때 그녀는 파란색 조명 아래 숨어있었고 스크린을 온통 채우고 있던 것은 우리가 기대했던 bjork이 아닌 lemur와 kaoss pad 3였다. 두번째 곡에서 그녀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면 나는 내가 있는 곳을 터치스크린 전용 NAMM 쇼로 착각했을 지도 모른다. 화려한 조명속에서 모습을 드러낸 그녀와 브라스 밴드는 아프리카 지역의 부족같았고 그 중 그녀는 부족의 무당이었다. 스피커를 두드리는 불연속적이고 점층적인 폴리리듬은 원시 부족 집회의 트랜스 상태를 재현하고 있었다. 원시와 첨단. 이 두개의 극단적인 이미지와 그 사이를 중재하는 음악. 그녀의 공연은 디지털로 구현된 21세기의 샤머니즘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bjork 공연의 숨겨진 주인공이었던 터치스크린 기반의 악기를 간단히 소개하고자 한다. 간단히 소개하는 이유는 내가 위 악기들을 직접 다루어본 적이 한번도 없으며, 작동원리를 정확히 알고 있다고는 얘기할 수 없기 때문이다. 혹 완벽한 포스트를 위해 위 악기들을 협찬해줄 이가 있다면 댓글을 남겨주시길 바란다. 협찬만 된다면 위 악기들에 대해 a4 100장자리 논문이라도 쓸 것을 약속한다.
kaoss pad 3
악기쇼핑몰에 적힌 kaoss pad 3의 설명을 옮겨보자면- ‘KAOSS PAD 시리즈에서는, 이펙트를 모두 터치 패드에 의해 리얼타임으로 컨트롤합니다.. 터치패드의 X 축,Y 축으로 다른 종류의 이펙트 파라미터를 할당하여 이것들을 동시에 컨트롤 할 수 있으므로, 딜레이 타임과 피드백을 동시에 변화시키거나 필터의 컷오프와 레조난스를 동시에 변화시키는 등, 노브와 같은 종래의 콘트롤러에서는 양손으로 실시하는 복잡한 이펙트 조작을, 한 손으로 간단하고 직감적으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또 패드를 손가락끝으로 비비거나 tapping (가볍게 두드림), 덧쓰는 등의 플레이로, 복잡한 이펙트를 간단하게 악기 감각으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kaoss pad 3는 (이펙터계열의 악기가 대부분 그렇듯이) 백마디 말보다 한번 조작해
는 편이 이해가 빠르다. 국내에도 수입되어 있으므로 직접 악기사에 가서 테스트를 해보던가 부끄러움을 많이 타는 성격이라면 전세계적으로 유저-프렌들리하기로 소문난 일본 korg사의 kaoss pad 3 프레젠테이션을 참고하면 된다. kaoss pad 3와 기존 시리즈의 가장 큰 차이점은 8비트게임처럼 영역이 큼지막한 도트로 나뉘어져 있고 도트를 통해 좀 더 다이나믹한 비주얼을 보여줄 수 있다는 것일 것이다. 그 덕분에 뮤지션들은 어두컴컴한 클럽에서 손가락 하나로 수퍼스타가 될 수 있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