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림 쉐이디 때론 마샬 마더스라는 이름으로 가족까지 동원한 막장 리얼리티 버라이어티의 진수를 보여주었던 에미넴 쇼는 매진행렬을 이어가며 앵콜 공연과 커튼 콜까지 마친 후 막을 내렸다. 그리고 그는 무대에서 내려왔다. 피쳐링, 믹스 테입과 같은 사이드 쇼도 없이 시간은 흘렀다. 은퇴했다는, 프로듀싱에 매진하기로 했다는, 혹은 죽었다는 소문만이 좀비가 되어 텅 빈 무대 위를 채웠다. 그리고 5년 후 그가 다시 무대 위에 섰다. 좀비들의 시체 위에 올라선 그가 들려주는 얘기는 이렇게 시작한다. ‘그 동안 내가 약을 좀 했는데..’ 아이팟이 버튼 없는 핸드폰으로 진화하는 시대에 5년이라는 시간은 짧지 않다. 그가 무대를 세웠던 힙합이라는 도시의 쇼윈도에는 MPC 대신 바이러스 신디사이저가 자리를 차지하고 있고 허리춤에 총을 차고 다니던 갱들이 점령했던 거리엔 잘 노는 남부 양아치들이 차린 클럽이 들어섰다. 과연 5년 만에 다시 막을 올린 에미넴 쇼는 흥행할 수 있을까. ‘그러니까 내가 약을 좀 했대도..’ 알약으로 무대를 데코레이션한 그의 새로운 쇼 <Relapse>’는 약 빨을 제대로 받은 듯 보인다. ‘댐핑’이라는 용어의 창시자 닥터 드레가 여전히 에미넴 쇼의 총감독이 되어 우퍼 스피커가 땅으로 꺼질 듯한 비트를 들려주고 있으며 에미넴의 역시 촘촘한 라임과 드라마틱한 플로우로 관객을 난사한다. 문제는 이 쇼가 ‘Deja vu’처럼 느껴진다는 점이다. ‘근데 내가 전에도 약을 좀 했거든..’ 에미넴 쇼는 ‘Without me’의 도플갱어를 무대 위에 세우고(‘We made you’) The way i am’을 변주한다.(’3 a.m.) 이 쇼엔 까메오 수준에 머무른 50센트를 제외하고 조연 한 명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에미넴이 들려주는 모노드라마는 <Marshall mathers> 이 후 가장 흥미롭다. 에미넴과 드레 박사는 808 드럼머신과 티-페인 이펙트 없이도 힙합이 여전히 즐거운 쇼일 수 있음을 증명한다. ‘Medecine ball’에서 선보이는 곡예는 아찔하기까지 하다. 그는 새로운 것을 시도하기보단 자신이 잘하는 것을 더 잘하는 편을 택했고 그 결과는 성공적이다. 무엇보다 에미넴 쇼의 가장 큰 미덕은 그 쇼를 진행할 수 있는 화이트 트래쉬가 에미넴 뿐이라는 점이다. 월드와이드웹을 타고 트렌드가 범 지구적으로 무한 증식하는 시대, 여전히 그의 쇼는 유효하다. 과연 그의 쇼는 언제까지 유효할까. 그에 대한 답은 올해 발매될 예정인 <Relapse 2>가 들려줄 것이다. ‘그래서 내가 약을 한번 더 할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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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zed & confused 7월호의 ‘two gazes’에 실린 글. dazed & confused의 ‘two gazes’는 최근 발매된 한 장의 음반에 대해 두 비평가가 각기 다른 관점으로 내용을 풀어나가는 코넌데 나는 ‘음악’을 바라보는 관점으로 세희누나가 ‘가사’를 바라보는 관점으로 적었다. 6개월 전 마지막으로 잡지를 보았을 때의 기준으로 원고를 작성해 실제 잡지엔 상당히 축약 된 버젼으로 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