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때 유행했던 기능성 패션 스니커 나이키 세이즈믹을 신고 조낸 달리는 로켓맨. (‘rocketman deluxe’)
얼마 전 지금 지내는 곳은 덥지 않냐는 친구의 질문에 ‘반지하는 덥지도 춥지도 않아. 그저 눅눅할 뿐.’이라 답변하고 흡족해 했던 적이 있다. 흡족해 한 이유는 비록 눅눅하지만 다른 곳에 비해 덥지 않은 곳에서 지내고 있다는 것에 대한 만족감이 첫번째이고, 두번째는 내가 뱉은 멘트가 내 스스로 마음에 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러한 만족감은 오래가지 못했다. 그 멘트를 다른곳에서도 써먹었으나 반응이 시큰둥했고, 연이은 폭염속에 내가 살고 있는 반지하에도 견딜 수 없는 더위가 찾아왔기 때문이다. 내가 가진 것이라고는 목이 부러진 선풍기와 수시로 끓여 냉장고에 넣어놓는 차가운 보리차밖에 없는데. 아, 어쩜 이리도 자연은 무자비하단 말이냐. 이런 상황을 극복하는 방법으로는 아르바이트를 해서 에어컨을 구입하는 성실하게 현실적인 방법과, 은행을 비롯, 시원한 장소 가서 죽치는 찌질하게 현실적인 방법, 돈 많고 시간도 많은 여자를 만나 그녀의 오피스텔 혹은 차에서 데이트를 즐기는 전혀 현실적이지 못한 방법(물론 이 경우는 실현된다면 다시 더워질 상황이 찾아오겠지만) 등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이러한 상황을 극복하기 보단 진부한 잔꾀를 부리곤 하는데, 그 잔꾀는 너무 진부해 당신도 아마 눈치챘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것은 바로 여름을 시원하게 보낼 수 있을만한 음악을 찾아 듣는 것이다. (아아아, 너무 진부해 내 스스로 부끄러워 폰트의 크기를 줄였다.)

app의 일본어 선생님. (정작 이런 것은 부끄러워 하지 않는다.)
일본인이 장르를 생각하는 방법,따위는 내가 일본인이 아니고 아는 단어라고는 ‘야메떼’ ‘기모치’ 밖에 없으니 알 수 있을리 없다. 하지만 그들의 언어를 통해 어느정도 유추는 가능하지 않을까 싶은데, 내가 그들이 쓰는 언어를 통해 느끼는 것은 그들은 장르를 어떠한 맥락이나 화학적인 공식보다는 감성적인 측면에서 분류하는 데 익숙하다는 것이다. 일본에서 장르를 설명하는 용어에는 유난히 단어의 조합으로 이루어진 신조어가 많다. 스나가 타츠오가 유행시킨 ‘밤재즈’라든지, 레게 커뮤니티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가슴쿨 레게’같은 표현이 대표적인 예. 나도 나중에 음반을 발표하게 되면 이러한 방법으로 내 음악을 표현하고 싶다. 이를 테면 ‘암내 디스코’라든지 ‘발기 댄스 뮤직’이라든지.. 다행히도 대부분의 일본 뮤지션들은 자신의 장르를 민망하지 않고 멋들어지게 표현하는 편이고 오늘 소개할 rocketman 역시 마찬가지다. rocketman은 자신의 음악을 ‘선셋하우스’ 혹은 ‘선셋사운드’라 소개하고 있다. 사실 나는 이 표현을 방금 rocketman에 대한 자료를 검색하다 알게 되었다. 그전에 내가 rocketman의 음악을 뭐라 표현하면 좋을까 생각하며 떠올렸던 단어는 ‘얼음물하우스’, ‘선풍기하우스’같은 것이었다는.. 단어의 뉘앙스는 극과 극이지만 맥락은 일견 상통하는데가 있는데, 그것은 뇌가 녹아내릴 것 같은 열대야의 낭만과 더위의 한 가운데에서 느끼는 소소한 시원함과 같은 감정이다. 여름을 보내기에 ‘적당한’ 하우스 뮤직은 많다. 하지만 내가 rocketman의 ‘선셋하우스’를 보다 특별하게 느끼는 이유는 그가 근본적으로 긍정적인 에너지를 가진 해피한 삶을 지양하려는 사람이고, 그의 그러한 태도가 그의 음악에 묻어 있기 때문이다.

rocketman과 같은 머리스타일의 코니시 야스하루(좌측). 같은 미용실을 다니다 팀을 결성했다는 소문이 있다.
rocketman의 정체인 후카와 료는 본래 만담가이자 저술가로 이름을 먼저 알렸다. 지금도 그는 매주 자신의 라디오쇼와 티비쇼를 진행하고 있으며 매거진과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꾸준히 칼럼을 연재하고 있다. 음악 활동을 시작한 후로 그의 직업은 확장되었는데 현재 그는 2,3년마다 한번씩 음반을 발표하는 뮤지션이자 매주 클럽에서 파티에 참가하는 디제이이다. 본래 rocketman은 후카와 료와 pizzicato five의 코니시 야스하루의 프로젝트로 시작되었다. 이 때 후카와 료의 rocketman에서의 포지션은 ‘웃음’. 프로젝트라곤 하지만 실질적으로는 코니시 야스하루의 음악에 후카와 료가 만담가로서 피쳐링한 형태였다. 이 둘의 관계는 98년도에 ‘flying rocketman’를 발매하는 것으로 시작하고 두번째 음반을 준비하며 끝난다. rocketman이 함께 다니던 미용실을 갑자기 바꾸기 시작하면서 조금씩 팀 내 분열이 일어..난 것은 아니고 이는 그의 음악적 독립을 위한 것이었다. 이 후 그는 코니시 야스하루 외에도, fantastic plastic machine, comoesta, 유키히로 후쿠토미 등의 아티스트를 초대해 2000년도에 두번째 앨범 ‘rocketman deluxe’를 발표한다. 개인적으로 여기까지의 음악을 rocketman 1기로 분류한다. 만담가로서의 정체성을 유지하며 다양한 음악적 조력자들과 함께 당시 시대를 풍미했던 전형적인 readymade 사운드를 구사했던 시기다.
jk5.mp3rocketman – lovely rocketman
rocketman 2기, 지금의 ‘선셋 하우스’가 시작된건 그로부터 6년 후의 일이다…
(2기니까 2부에 계속)
2008/07/14 – [read] – rocketman의 선셋하우스와 함께라면 올 여름도 샤방샤방~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