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rtsrevolution – 이 글의 주인공임에도 불구하고 본문의 비중은 매우 적다. 지못미.얼마전 꿈 속에 이명박이 나왔다. 나는 고등학생이고 그는 내 담임이었다. 야간 자율학습을 마치고 그간 공부한 것을 검사받는데 이명박은 그 자리에서 내일까지 자크 데리다의 책을 읽고 감상문을 써오는 숙제를 내주었다. 나는 서둘러 아직 문을 닫지 않은 서점을 찾았다. 내가 찾은 서점은 코엑스의 전체 매장을 합친 것만큼 넓은 곳이었는데 그곳에 자크 데리다의 책은 단 한권 그것도 구멍이 뚫린 채 디스플레이용으로 밖에 없었다. 구멍이 뚫린 책이니 어차피 판매할 수 없지 않느냐, 서점 주인과 흥정을 하고 책을 빌렸다. 집에 가면 감상문을 쓰지 않고 잠이 들 것 같아 다시 교실로 돌아오니 몇몇 아이들이 아직 남아 공부를 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앞에는 이명박이 갖은 첨단 장비를 장착한 군용 헬멧을 쓰고 아이들을 감시하고 있었다.
저주 받은 내 인생. 왜 내가 이자를 꿈에서도 보지 않으면 안된단 말이냐! 이 꿈을 요새 유행하는 두 글자로 표현하자면 이렇다. ‘뭥미!’ 내 순결한 꿈 속에 이명박이 등장한 것도 치욕이지만 저 꿈의 내용은 대체 뭐란 말이냐. 하지만 그간 꾸었던 꿈을 보자면 그리 이상한 일은 아니다. (그래도 이명박은 좀..) 내가 틈틈히 미투데이에 적어 놓은 그간 꾸었던 꿈들은 대략 이런 내용들이다. ’8비트 게임 도트 그래픽으로 모습이 바뀐 미투데이 회원 연쇄살인’, ‘동성애/치정사건/살인/정치적 음모 등으로 점철된 스페이스 오페라’, ‘박사님과 강명석님과 몇가지 텍스트를 놓고 문화평론(음, 이건 그나마 건전하지만 꿈에 어울리는 내용은 아니다.)’ 그리고 차마 이곳에 공개하기 힘든 야한 꿈들.(사실은 이 분류에 해당하는 꿈들이 대부분이다.) 심지어 6월달에는 서태지 신곡에 대한 꿈을 꾸었다. 서태지 신곡이 발표된 지금 돌이켜 보니 그때 꿈은 예지몽이었던 것 같다. 나는 서태지의 신곡을 가장 먼저 들은 사람 중에 한명이었던 것이다. 물론 나는 서태지를 별로 좋아하지 않아 이 사실이 딱히 영광스럽다거나 하지는 않지만.
굳이 분류하자면 내가 꾸는 꿈들은 대체적으로 (내용과 상관없이 그 상황 자체가 매우) 괴로운 꿈들이고 좋은 꿈을 꾸기 이해 누군가 내게 ‘자장가’를 불러주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heartsrevolution의 ‘digital suicide lullaby’를 떠올렸다.
전세대가 굳건히 세워 놓은 기득권의 굳건한 장벽을 겨우 비집고 들어갈 수 밖에 없는 88만원 세대처럼 최근에 등장한 밴드들 역시 기존 밴드의 아성에 도전하려면 이전보다 큰 댓가를 치룰 수 밖에 없다. 게다가 전미 음반유통협회-National Association of Recording Merchandisers(NARM)의 통계에 따르면 최근 음반판매는 급격히 감소했고 밴드들의 양극화는 심해졌으나 오히려 새로 등장하는 밴드의 수는 늘었다고 한다. (여기에 대해서는 이글을 참조하길 바란다.) 이런 상황이니 밴드들은 남들보다 튀기 위해 소망 교회에서 공연을 할 것도 아니면서 무대 위에 번쩍이는 십자가도 올려놓고 뮤직비디오에선 괜히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폭력을 행사하기도 하며, 무더운 클럽에서 가면을 쓰기도 한다. (심지어 최근 일렉트로니카 씬에서 가면을 쓰는 건 daft punk의 성공 이후 트렌드가 되었다. 그 덕에 요새 클럽 주변 약국에서는 땀띠를 제거하는 파우더가 불티나게 팔린다고 한다.)
유행의 최첨단을 달리는 마스크 패션즉, 이제 밴드가 죽자사자 음악만 하는 시대에서 적극적으로 자신의 이미지를 콘트롤 하고 프로모션해야 하는 시대가 온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heartsrevolution은 자신들의 음악, 디자인, 파티 때 쓰는 마스크의 색깔까지 이미지를 만들어 내는 데 있어 모범사례라 할만한데, 특히 이들이 이미지를 만드는 데 있어 자신들의 장기를 유감없이 발하는 부분은 작명이다. 우선 밴드의 이름인 heartsrevolution이라는 이름부터 (본래는 hearts와 revolution을 띄어 쓰지만 개인적으론 붙여 쓴 소문자 표기가 더 예쁘다 생각한다.) 이들의 첫 싱글 CYOA(choose your own adventure)와 switchblade ep까지. 이들이 겨우 한장의 싱글과 한장의 ep를 발매했다는 사실이 안타깝게 느껴지는 순간이다. 나는 이들의 정규 앨범을 오직 이들의 작명센스를 엿보기 위해 기대하고 있다. 물론 음악도 충분히 기대할만큼 좋지만 일단은 정규 음반이 발매되어야 확실히 뭐라 얘기할 수 있을 것 같다.
뮤지션들이 이미지 메이킹을 하는 것처럼 나 역시 본 블로그를 통해 간지와 찌질함이 동시에 존재하는 이미지 메이킹을 하고 있기에 ‘digital suicide lullaby’에서 떠올린 이미지에 대한 감정적인 수사를 늘어놓지는 않겠다. 그저 ‘digital suicide lullaby’를 듣고 부디 오늘밤은 (정확히 오늘아침은) 달콤한 죽음같은 꿈을 꾸길, 그 바람이 과분하다면 적어도 이명박이 등장하는 꿈은 꾸질 않길 바랄 뿐이다.
heartsrevolution – CYOA (choose your own adventure)
switchblade ep
cyoa single
heartsrevolution & crystal castles split sing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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