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chives for category: view
*cookbook of sound*는 원칙적으로 스크랩을 하지 않는 순결한 블로그를 지향하지만, 노브와 페이더 콘트롤로 단련된 trent reznor의 애무 실력에 그만 *cookbook of sound*의 순결을 내주고 말았다. (그의 손맛을 한번 보고 나니 신이치님의 닌덕질을 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원문은 nine inch nails official forum에 올라온 thread이며 큐오넷의 미역님이 번역해 주신 것을 허락 받고 가져왔다. 내용을 요악하자면 ‘뉴미디어의 출현에 따른 뮤직 비지니스 패러다임의 변화와 즉시 적용 가능한 구체적 방법론’ 정도가 될 듯 하다. 포털이 온라인을 독점하고 있고 이통사가 디지털 음원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그리고 나름 원로 가수라 부를 수 있는 가수들도 trent reznor와 같은 날카로운 조언 대신 이통사의 요구에 맞춰 ‘불끈!’ 플랭카드나 들고 있는 한국의 실정과는 거리가 있다는 점이 아쉽지만, 월드와이드웹에는 국경이 없고 변화의 물결은 낙동강 댐으로도 막을 수 없다. 적어도 당신이 메이저 기획사에 소속된 아이돌 가수가 아니라면 아래와 같은 방법을 참고, 자신만의 뮤직비지니스를 고민해 보는게 좋을 것이다.

*cookbook of sound*의 순결을 깨트린 trent reznor의 애무의 왕국
어제 트위터에 포스팅한 메세지는 Beastie Boys와 TopSpin Media가 오늘날, 그리고 요즘과 같은 시대에 음악을 파는 방법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아래 링크는 그들의 온라인 스토어이다.
[illcommunication.beastieboys.com]
얼마 지나지 않아, 나는 몇몇이들로 부터 반응을 얻을 수 있었는데 이는 대부분 “응, 뭐 네가 이미 성공한 아티스트라면 그럴 수 있어 – 그런데 만약 네가 유명해 지려고 애쓰는 수준이라면 어떨까” 라는 주장이었다. 최근 내가 가졌던 인터뷰에서 이 주제가 언급되었고, 여기에 다시 그 내용을 포스팅 할까 한다.
만약 네가 유명해 지고 싶어 하는 알려지지 않은 / 덜 알려진 아티스트라면:
* 목표를 설정해라. 네가 하려는 / 이루려는 것이 무엇인가? 만약 네가 주류 음악 씬에서 엄청나게 성공하고 싶어 한다면 (Lady GaGa, Coldplay, U2, Justin Timberlake 같이) – 내 생각에 가장 좋은 방법은 메이저 레이블들을 찾아가 그들과 모든 수익 / 창작 과정/ 음악의 소유권 등을 나눠 가질 준비를 해라. 오늘날 이런 수준의 성공에 이르기 위해서는 오직 메이저 레이블에서만 가능한 전통적인 마케팅 방식이 필요하다. 행운을 빈다.
만약 네가 스스로 경력을 쌓길 원한다면 계속 읽어도 좋다.
* 레코드 판매로 실제 돈을 벌 것이라 생각하지 마라. 앨범을 저렴한 비용으로 (하지만 좋은 음악을) 만들고 공짜로 나눠주어라. 아티스트라면 당신은 최대한 많은 사람들이 당신의 작품을 듣기를 원할 것이다. 입소문만이 실제로 마케팅에 영향을 끼치는 요소이다.
좀더 자세히 살펴보자면:
TopSpin이나 다른 유사한 사이트와 파트너를 맺거나 자신만의 웹사이트를 만들어라. 여기서 중요한 것은 너의 음악을 좋은 음질의 DRM-free MP3의 형태로 배포하는 것이다. 사람들의 이메일 주소를 수집하고 (인프라가 있어야 할 것이다) 잠재적 고객들의 데이터 베이스를 만들어라. 그리고, 여러 형태의 프리미엄 패키지들을 한정반의 형태로 판매하여라. 네가 생각하기에 적당한 수준의 가격과 수량을 책정하여라. 패키지를 특별하게 만들어라 – 수작업으로 만들고, 거기에 싸인을 하고, 특별하게 만들고, 네가 팬이라면 탐낼 만할 물건을 만들어라. 더 좋은 음질의 프리미엄 다운로드 항목을 만들고 (적당한 가격에) 다른 실제 물건들과 함께 즉시 구매할 수 있도록 다운로드 패키지를 구성하라. 티셔츠, 뱃지, 포스터, 등등.
TopSpin과 파트너를 맺고 있지 않다고? 그렇다면 Amazon을 이용해 보아라.
[www.amazon.com]
TuneCore를 통해 어느 곳에서나 네 음악을 살 수 있게 해라.
[www.tunecore.com]
이러한 과정들을 통해 무엇을 기대할 수 있는지 현실적으로 생각하고 적절한 수준에서 음반 제작 예산을 세워라. 중요한 것은: 네가 믿던 말던 여부에 상관 없이 음악은 공짜라는 사실이다. 네가 생각할 수 있는 모든 음악들은 클릭 몇번으로 공짜로 구할 수 있다. 이는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 뮤지션으로선 별로 좋지 않은 일이지만 (현재로선) 이게 사실인걸 어쩌나. 그래서… 대중들이 토렌트 사이트 대신 당신으로 부터 그들이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게끔 하고 이 과정에서 얻을 수 있는 것들을 축적해라 (그리고 당신의 데이터 베이스를 구축하여라).
Beastie Boys의 사이트는 당신이 원하는 모든 형태의 상품들을 판매한다 -그들로 부터 직접, 그리고 즉시. 그들이 책정한 가격은 네가 책정할 가격보다 높은 가격이다 – 그들은 유명하고 넌 그렇지 않다. 이를 고려해라.
네가 구축할 데이터 베이스는 남용되지 않아야 하지만, 네가 하는 작업에 관심있어하는 사람들에게 정보를 제공하는데 쓰여져야 한다 – 몇몇 공연, 또는 투어, 또는 음반, 또는 인터넷 방송 등등.
MySpace페이지를 만드는 한편 MySpace페이지 이외의 웹사이트도 만들어라 – MySpace는 쇠퇴해 가고 있고 싸구려 / 특별하지 않은 것처럼 보이게 한다. 웹상트에서 모든 Flash들을 제거해라. 바보같은 인트로나 로딩 타임들 같은건 없애버려라. 돌아다니기에 단순하고 쉽게 음악을 찾아 들을 수 있도록 만들어라 (자동재생 기능을 넣진 말고). 계속해서 사이트를 업데이트 해라 -사진, 블로그 등 뭐가 되었던. 사람들이 네 사이트를 다시 찾게끔 해라. 게시판을 만들고 커뮤니티를 형성하여라. 팬들과 접촉하고 (조심해서!) 저예산 비디오를 만들어라. 네 자신이 무언가를 말하는 영상을 찍어라. 공연을 해라. 흥미로운 것들을 만들어라. Twitter계정을 만들어라. 재미있게, 그리고 현실적이 되어라. 네 음악에 관심을 가질법한 블로그에 네 음악을 포스팅 해라. 절대로 유행을 따라가지 마라. Flickr, YouTube, Vimeo, SoundCloud, Twitter등 저비용으로 활용할 수 있는 여러 도구들을 이용하여라.
이런 새로운 미디어들 또는 요즘 사람들이 소통하는 도구들에 대해 네가 무지하다면, 이 모든 것들은 소용이 없을 것이다. 오
늘 날 인디 뮤지션들은 이러한 도구들을 충분히 숙지하고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런 것들과 도저히 친해질 수 없다면 – 네 대신에 이를 해 줄 사람을 찾아라. 만약 네가 전화가 울리기만을 기다리거나 공연에 A&R담당자가 나타나기만을 기다린다면 – 행운을 빈다. 좀 오래 기다려야 할 거다.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고 내가 대답해 줄 수 있는 날카로운 지적들을 기다리겠다.
TR
TopSpin Media
[topspinmedia.com]
(사족)
이 글은 거친 길을 달리는 유럽의 버스속에서 쓰여진 거라 좀 이해하기 어려울 수도 있지만 그래도 중요한 말은 다 언급하였다고 믿는다.
TR
업데이트1
날카로운 지적에 감사드린다 – 시간이 있다면 (그리고 안정적인 인터넷 연결이 된다면) 여러 지적들에 대해 다시 말해 보겠다. 이 글이 내가 짧은 시간안에 내 생각을 적은 글이라는 것 그리고 어떠한 형태로도 완벽한 가이드가 아님을 염두에 두었으면 한다. 책 같은걸 쓰기엔 내가 게을러서. 곧 업데이트를 하겠다
업데이트2
TopSpin의 Ian Rogers로 부터의 메세지
[forum.nin.com]
업데이트3
몇몇 지적들에 대한 답변이다 – 시간이 생기면 더 많은 답변을 올리겠다
Bandcamp
[bandcamp: shortcode must include track or album id]
내가보기엔 굉장히 좋은 사이트 이다. 아직 써보지는 않았지만 굉장히 괜찮아 보인다. 이 사이트를 통해 파일의 디지털 배포와 데이터베이스 수집/축적을 행할 수 있을 것이다. 머천다이즈/물리적 상품들을 다룰 수 있는 다른 사이트가 필요해 보인다. (위의 amazon링크 같은)
내고싶은만큼내기 모델
이 모델은 당신의 곡이나 앨범에 대해 사용자가 원하는 만큼 가격을 책정하는 방식이다. 난 이 모델을 정말 싫어하는데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몇몇이들은 음악을 공짜로 나눠주는 것이 음악의 가치를 떨어뜨린다고 주장한다. 나는 이에 동의하지 않는다. 사람들이 그 음악에 대해 내고 싶은 만큼 내게 하는 것은 음악의 가치를 떨어뜨리는 것이다. 믿지 못하겠다고? 정말로 죽여준다고 생각되는 곡을 쓰고 녹음해서 내고싶은만큼내기 모델로 대중에 공개 한 다음 얘기해보자. 당신의 앨범 중에서 5곡만 맘에 들었기 때문에 50센트의 가격을 매긴 “팬”의 글을 게시판에서 읽어보아라. 내가 확신할 수 있는데 – 넌 엄청 실망하게 될거고, 가슴이 아플 것이고 이 사실에 대해 굉장히 화를 내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은 네 작품이고! 이것은 네 인생이다! 이것은 가치를 지니고 있고 아티스트인 당신은 이 권한을 관객들의 손에 넘겨주지 않을 것이다 – 관객들이 가치를 결정하게 한다면 이는 위험한 인식을 만들어 낼 것이다. 만약 네가 매기는 가격이 0이라 하더라도, 당신의 팬은 당신의 창작물이 매우 낮은 수준의 통화가치를 지닌 것이라 생각하지는 않을 것이다. Radiohead의 In Rainbows 쇼에 현혹되지 마라. 이는 단 한번 단 하나의 밴드에 한해 성공할 뿐이다 – 그리고 넌 Radiohead가 아니다.
네 웹사이트에서 팬들이 공짜로 다운로드 받을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왜 iTunes에서 돈을 받고 파는가? 사람들이 화를 내진 않나?
상관없다. 걱정하지 마라. 많은 사람들이 iTunes에서만 곡들을 사고 이것이 그들이 음악을 구하는 방법이다. 보통 그들은 다른 곳에서 공짜로 같은 앨범을 (조금 나은 음질로) 구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더라도 화를 내지 않는다. 우리는 The Slip앨범을 nin.com에 무료로 모든 음질 종류로 올려 놓았지만 여전히 iTunes에서 $9.99에 많은 수를 팔고 있다. 그 당시 iTunes에서는 앨범 당 판매 가격을 바꿀 수 없었다(여전히 그런진 모르겠다.)
플래쉬 관련 내용에 관해
난 플래쉬를 싫어하지는 않는다. 단지 쉽고 가볍게 (로딩하는데 시간을 잡아먹지 않게) 만들어야 한다는 뜻이었다 -특히 첫페이지 일수록
매니저들 / booking agent 들 / 소규모 레이블들
이들 모두는 당신에게 좋게 혹은 나쁘게 작용할 수 있다. 진실은 지금으로선 나를 포함한 그 누구도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지 못한다는 것이다. 현재 음악 비즈니스 모델은 파괴되었다. 이는 음악 산업 내에서의 모든 사람들이 스스로 위치를 재 설정하고, 새로운 방법을 배우고 알아보고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변화는 고통스럽고 어렵고 또 겁이 날 수 있다. 만약 네가 이러한 직업들에 관심이 있다면, 이들이 가지고 있는 구체적인 전략들에 대해 물어보아라. 그 누구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정확히 알지는 못할 것이다. 몇몇 이들은 현 상황에 어떻게 대응할 지에 대해 생각이 있겠지만 대부분은 그렇지 않다. 만약 네가 젊고 인터넷을 사용하는 사람이라면, 넌 그들보다 관객들에 대해 확실히 더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이러한 현상들은 아주 큰 변화이고 넌 그 일부분이 될 수 있다. 과거의 방식들은 죽어가고 있다. 만약 네가 좋은 아이디어를 가지도 있다면 – 시도 해 보아라.
요컨대 – 다른 사람들과 엮이기 전에, 그들이 너에게 가져다 줄 수 있는 이득이 무엇이며 이에 따른 비용을 지불 할 가치가 있는지 여부를 생각해 보라는 것이다. 그들이 이 일에 대해 정확히 파악하고 있으며, 그들의 전략이 당신의 것과 일치하는가?
가장 기본적인 것은: 네가 하는 일에 대해 믿음을 가지고, 최선을 다하며, 열심히 작업하고, 연습하고, 또 연습하고, 네 목소리를 찾고, 이를 갈고 닦으며, 기회를 포착하고, 공연을 하고 (가능하다면), 또 연습하고, 네 자신을 믿고, 그리고 긴 안목으로 준비하는 것이다.

lost는 ‘비밀’에 관한 드라마다. 여기서의 비밀은 섬에 대한 것이기도 하고 달마 이니셔티브의 것이기도 하며 등장하는 인물 개인의 것이기도 하다. 씨줄과 낱줄처럼 복잡하게 엮인 비밀은 이가 빠진 직소퍼즐처럼 불균질적으로 각 인물들에게 전달된다. 5살짜리 어린아이가 만든 스포어 캐릭터같은 정보의 비대칭은 소외의 불안감과 권력에의 욕망을 낳고 이는 캐릭터간의 갈등으로 이어진다. 그리고 이 갈등이 엄마가 아이를 집에 데려간 후에도 계속되는 숨바꼭질 같은 로스트 섬에서 드라마를 만들어낸다. 비밀과 그에 따르는 메커니즘을 쥐고 있고 이를 제일 잘 이용하는 이는 벤자민 라이너스일 것이다. 5시즌 중반에 그가 처음으로 존 로크에 의해 정보에 소외된 뒤 불안해 하는 장면은 로스트 섬에서 적용되는 비밀의 메커니즘을 잘 보여주고 있다. 헐리가 제일 프렌들리한, 부정적인 표현으로 제일 만만한 캐릭터인 이유도 그가 뚱뚱하기 때문이 아니고 그가 복권 당첨으로 얻은 재산을 처리하듯 비밀을 사적 재산으로 소유할 욕망이 없는 캐릭터이기 때문이다. 죽은이들, 필연적으로 잊혀지지 않기 위해 끊임없이 자신의 흔적을 남겨야 하는 이들이 헐리를 찾는 건 결코 우연이 아니다. 하지만 비밀을 알고 있는 이가 모두 모여도 직소 퍼즐은 맞추어 질 수 없다. 잭과 존 로크의 경우처럼 불균질적으로 전달된 비밀은 각 인물들의 경험을 통해 다르게 해석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메커니즘은 로스트 밖에서 그들을 관찰하고 있는 우리에게도 역시 해당된다. 결국 이건 이길 수 없는 게임이다. 누가 술래가 되더라도 자신이 잡아야 하는 이가 누군지는 명확히 알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지막 시즌을 기다리는 이유는 존 로크의 표현처럼 그것이 로스트에서 길을 잃은 우리의 운명(destiny)이기 때문일 것이다.

언어의 장벽으로 모든 비밀에서 소외되고 비밀을 발설할 수도 없는 진의 처절한 절규. (57초부터 하이라이트)

일과 관련된 글은 가급적 블로그에 올리지 않고 있습니다만 졸지에 저도 검열의 수혜를 받게 되어 삭제되지 않은 온전한 판형을 기록으로 남기는 게 제가 무례하게 대하는 제 글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인 듯 싶어 검열되지 않은 무삭제판을 이곳에 올립니다. 바야흐로 검열의 시대 저도 ‘삭제판’이라는 걸 갖게 되니 magic stick이 under my skin의 red ocean을 파열시키는 듯한 body shake를 느끼게 되는군요. ‘인디 신’이라는 것에 대해서 생각을 많이 하고 술자리에서 그에 관한 얘기도 자주 나누고 얼마전부터는 이에 관한 얘기를 나누는 세미나에도 꽤 적극적으로 참가하고 있습니다만 그에 대한 생각을 글로 남기는 일은 잘 하지 않고 있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제 예전 블로그에서도 밝혔다시피 블로그를 통해 이슈에 동참하지 않으려 하기 때문인데요. 왜 제가 이슈에 동참하지 않으려 하는지 궁금하시다면 다시 적기 귀찮으니 제 예전 블로그의 ‘faq’를 참고하시길 바랍니다. 두번째 이유는 ‘인디 신’의 발전/보존/생존 등을 위해 노력하는 분들의 행동에 감히 훈수를 두기엔 제가 많이 부족하다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온갖 음담패설이 가득한 이 곳에서 ‘부끄러움’이라는 단어를 적는 건 어울리지 않을지 모르겠습니다만 자지보지오랄애널 얘기하는 건 아무렇지 않아도 ‘인디 신’에 대한 얘기를 하는건 아직 많이 부끄럽네요. 자지보지오랄애널 얘기하듯 ‘인디 신’에 관한 얘기도 부끄럽지 않게 얘기할 수 있도록 보다 노력하겠습니다. 아래 글은 제가 작가로 있는 indie to go에서 ‘홍보’를 목적으로 의뢰한 글이니 그 점 감안하고 읽어주시면 제 통장 잔고가 부끄럽지 않을 것 같습니다. 참고로 검열판은 이곳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2008년 인디 신을 둘러싼 다섯가지 경향.

아니 벌써, 홍대 앞을 중심으로 ‘인디’라는 담론이 생겨난지도 10년이 지났다. 10년이면 대운하를 파지 않아도 강산이 변하고 버스의 앞 자리엔 앉을 수 없었던 흑인이 대통령이 되기도 한다. 갓 배운 쓰리 코드를 짚으며 고래고래 소리지르던 청년들은 한 집안의 가장 혹은 철 덜 든 삼촌이 되어 인디 신의 큰형님으로 자리매김했고, 수려한 외모와 매너로 영상업계의 블루칩이었던 SIGI감독님과 ji.PiDdy님은 수 많은 여자의 유혹을 뒤로 하고 두 아이의 아버지가 되어 인디 씬에 대한 어떠한 사명감으로 indie to go라는 IPTV계에서 가장 쿨한 방송을 만들어내 app에게 술과 여자로 점철되야 할 연말을 키보드와 담배로 점철되게 만들었다! 10년전 씬을 누비던 청년들의 늘어난 뱃살만큼이나 10년간 홍대 인디 씬은 명백히 커졌다. 커진 만큼 성숙해졌으며 커진 만큼 진통을 겪고 있고 커진 만큼 분화되었다. 특히 2008년은 가요계의 침체와 맞물려 상대적으로 ‘커진’ 인디 신의 여러가지 징후들이 가장 두드러지게 드러난 해로 기록될 것이다. 요조의 상큼한 진행으로 인디 뮤지션들의 소박한 라이브를 엿보는 것도 좋지만 app의 음침하고 내스티한 유머와 함께 2008년 인디 신을 둘러싼 경향들을 한번 쯤 살펴보는 것도 나름 의미가 있지 않을까. 뭐, 큰 의미는 없을지 모르겠지만 아래의 내용을 숙지하면 적어도 라이브 클럽에서 여자를 꼬실 때 이야깃거리가 빈곤한 사람이라는 얘기는 듣지 않을 것이다. 자 그럼 app와 함께 2008년 인디 신을 둘러싼 다섯가지 경향을 살펴볼까요좆?

경향 하나. 장기하가 떴다.

아직도 뜨고 있는 장기하 (출처:dcinside) 

2008년, 세계에서 스타*스 매장이 줄지 않은 유일한 국가에서 가장 유행한 커피 관련 노래는 아이러니하게도 ‘카페 아메리카노’가 아니라 ‘싸구려 커피’였다. 요식 관련 노래로는 윤종신의 ‘팥빙수’ 이후 가장 큰 인기를 얻은 곡으로 기록될 이 노래의 주인공은 2008년 중순 혜성같이 등장한 ‘장기하와 얼굴들’. 첫 싱글을 발표하고 활발히 활동을 시작할 때만 해도 포털 검색창에 ‘장기하’로 검색하면 ‘군 장기하는 법’과 같은 검색결과만 잔뜩 떴으나 이제는 ‘전문자료’ 섹션을 제외하고 모든 분야가 ‘장기하와 얼굴들’로 채워질만큼 큰 인기를 얻었다. 그렇다면 ‘군 장기하는 법’과 ‘장기하와 얼굴들’ 사이에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걸까. 그 사이에 있었던 일을 키워드를 풀자면 ’88만원 세대’, ‘쌈싸페 숨은 고수’,'디씨인사이드’ 와 같은 키워드를 댈 수 있을 것이다. ‘싸구려 커피’의 진솔하면서도 또박또박 잘 들리는 가사는 ’88만원 세대’들에게 큰 공감을 불러일으켰고 미미시스터즈와 함께 선보이는 그들의 유머러스한 퍼포먼스는 쌈싸페 숨은 고수 무대를 통해 널리 알려졌으며 ‘전스틴’과 ‘디제이쿠’ 이후 새 ‘필수요소’를 찾던 디씨갤러들의 주목을 끌었다. 이후는 당신이 알고 있는 것과 같다. 당신의 하드엔 어느새 당신도 모르게 ‘장기하’의 움짤이 자리잡았고 평소 인디 음악에 관심을 갖지 않던 사람들도 ‘싸구려 커피’라는 노래를 들어봤냐며 말을 건내기 시작했다. 장기하의 인기가 지속될지 한때의 유행으로 그칠지는 내년에 나온다는 정규 앨범이 발매된 이후에야 가늠할 수 있겠지만 소수의 사람들만 즐기는 것으로 생각했던 인디 음악이 세대를 대변하는 음악이 되어 너른 사랑을 받았다는 사실은 분명 주목할만 하다. 참고로 IPTV계의 서태지로 평가 받고 있는 indie to go 2시즌에서는 장기하의 출연이 예약되어있다.

경향 둘. 홍대 앞엔 얼짱들이 산다.

홍대 앞에는 얼꽝도 산다. 자료 사진은 17년간 거울을 보지 않고 살아온 얼꽝 app선생.(자체은폐ver.)

성석제 선생님은 일찌기 그곳엔 어처구니들이 산다 하셨고 포털 뉴스는 홍대 앞에 얼짱들이 산다 얘기했다. 특정 분야의 산업이 발전하는 데 있어 필연적으로 마케팅의 비중은 커질 수 밖에 없다. 불과 몇년전까지만 해도 ‘음반을 제작하는 것’ 이상의 활동을 할 여력이 없던 인디 레이블은 필연적으로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되는데, 하나는 현재의 규모와 시스템을 유지하느냐,이고 나머지 하나는 규모를 키우고 시스템을 확충하느냐,였다. 몇 레이블은 전자를 선택하고 몇 레이블은 후자를 선택했다. 후자를 선택한 레이블은 음반 제작외에도 마케팅의 비중을 늘리고 공연 기획, 페스티벌 기획 등 사업을 다각화 하기 시작했으며 올해는 이 레이블들의 성과가 가장 가시적으로 드러난 해였다. 그 중 가장 성공적인 마케팅으로 평가 받음과 동시에 논란이 되었던 것은 ‘홍대 4대 얼짱’, ‘홍대 앞 원반’ 등의 카피가 난무했던 이른바 얼짱 마케팅이다. 아무리 레이블이 규모를 키운다 하더라도 기존 기획사가 가진 인프라를 따라가기엔 무리가 있다. 다행히도 공중파의 힘은 나날이 약해지고 비교적 적은 자본으로 마케팅을 할 수 있는 인터넷 매체의 역할이 나날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들은 월드와이드웹 세계에서 가장 통속적인 이슈를 만들어냈고 그 이슈는 대중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여기에는 두가지 관점이 존재하는 데 하나는 전업뮤지션을 꿈 꾸기 힘든 한국 인디 신에서 이렇게라도 생존할 수 있다면 의미가 있지 않겠냐,는 것과 본래 인디가 갖고 있는 순수함이 지나치게 상업화에 의해 퇴색되었다는 관점이다. 아직 여기에 대한 판단은 이른 것 같고, 본인의 쌀통에 쌀이 다 떨어진 관계로 자세한 커멘트는 생략한다. 다만 한 때 하두리캠샷의 유행과 함께 얼짱 출신으로 인기를 끌었던 연예인들 중 실력 없는 연예인들이 현재 어떻게 되었는지를 생각한다면 결과는 자명할 것이다.

.

경향 셋. 실력 있는 신인밴드가 ‘또’ 등장했다.

http://dbi.video.cyworld.com/v.sk/movie/0|204768678/20081220021200652838631001
좀 좋아해주세요.

실력 있는 신인밴드의 등장은 굳이 2008년의 경향이 아니라 인디 신이 생기고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있어왔던 경향이었다. 상업적인 마인드를 가진 기획사 사장의 판단에 운명이 달린 가수의 운명이 달린 가요계와 달리 누구나 자신의 음악을 할 수 있으며 실력이 있다면 금새 인정을 받는게 바로 인디 신의 룰이고, 룰이 명확할 수록 정정당당하게 게임을 즐기려는 사람이 늘어나는 건 당연한 일이기 때문이다. 매년 있어왔던 경향임에도 불구하고 굳이 다시 한번 이러한 경향에 대해 얘기하는 것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력 있는 신인밴드들이 알려질 수 있는 기회가 적어 이 지면을 통해서라도 다시 한번 그들의 이름을 알리고 싶어서이다. 상반기의 신인밴드는 단연 로로스(loros)이다. 그들이 올해 초 발표한 데뷔 앨범 ‘pax’는 국내에선 시도되지 않았던 sigur ros와 같은 드넓은 사운드스케이프의 서정적인 포스트록으로 평단과 대중의 인기를 고르게 얻었다. 인디레이블육성지원기금을 받아 제작된 이 음반은 정권이 바뀌며 사라진 인디레이블육성지원사업이 왜 꼭 필요한 것이었는지를 역설하는 마지막 증거이기도 하다. 후반기의 신인 밴드는 검정치마를 들 수 있을 것이다. 11월달에 이들이 발표한 데뷔 음반 ’201′은 영미록에 영향을 받았으나 그것을 뛰어넘지 못하는 한국 록신의 컴플렉스를 일거에 뛰어 넘은 수작이다. 이외에도 정말 많은 신인 밴드들이 등장했지만 지면 관계상 여기까지 밖에 적지 못하는 점을 양해해 주길 바라며 실력 있는 신인밴드들의 활약을 놓치지 않길 바란다면 대신 신인 밴드의 명가 indie to go를 꾸준히 시청하길 바란다.

경향 넷. 물총에서 비비탄총으로 – 다양성이라는 무기의 업그레이드

무기를 함부로 쓰면 큰일 난다지만.

2008년 한국 가요계는 돌림병을 앓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올해 히트 곡 중에 virus 혹은 vanguard vsti 사운드로 도배한 메인리프와 단순한 후렴구가 반복되는 후크송을 제외하고 얘기할 수 있는 곡이 과연 몇 곡이나 될까. 트렌드라는 무덤 속에서 자가 증식한 곡들은 쉴 틈없이 거리에서 반복되었고 우리는 자의와 상관없이 세음절짜리 후렴구를 흥얼거릴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메인스스트림 컬쳐가 극단적인 상업화로 힘을 잃을 때 서브컬쳐는 더욱 빛을 발하는 법. 아마 올 한 해 인디 음악을 향해 쏟아진 관심의 비약적인 증가는 천편일률적인 가요계에 대한 염증의 또 다른 표현이었을 것이다. 특히 올 해는 다양성이 무기인 인디 신이 더욱 다양해진 해로 기록될만 하다. 그 전에 가졌던 무기가 물총이었다면 지금은 적어도 비비탄총 정도는 된달까. 2008년 인디 신의 무기를 물총에서 비비탄총으로 업그레이드 시킨 장르는 레게와 일렉트로니카다. 두 장르 모두 가요계는 물론 이고 인디 신에서도 마이너한 장르로 취급되는 장르지만 올 한 해 두 장르가 선보인 활약은 인디 신의 지형도를 넓혔다는 측면에서 분명 주목할만 하다. 레게 장르에서는 아이엔아이장단(I&I Djangda)이 세계 최초로 덥(dub)과 국악의 흥미로운 동거를 이끌어 내며 국내 뿐 아니라 세계의 레게 팬들에게 관심을 받았고 국내 최초의 스카펑크가 아닌 오센틱한 스카 음악을 추구하는 킹스턴 루디스카(kingston rudieska) 역시 많은 이들을 스캥킹(skanking)하게 만들었다. 일렉트로니카 장르로는 국내 최초로 누재즈(nu-jazz)/다운템포(downtempo) 음악을 선보인 데미캣(demicat), 레트로 신디사이저 사운드와 어쿠스틱 연주의 황금비율을 들려주고 있는 일렉트로 팝 밴드 트램폴린(trampauline), 묵시론적인 브리스톨 사운드의 21세기형 진행을 보여준 판다풀 프로젝트(P.andafool project) 등이 눈길을 끌었다. 대부분 밴드들 소개 앞에 붙어있는 ‘최초’라는 수식어가 그들이 앞으로 가야할 길이 멀것임을 말해주고 있지만 그들의 시도는 다양성이라는 이름의 씨앗이 되어 인디 신이라는 이름의 꽃을 더욱 화창하게 피우게 할 것이다. 

경향 다섯. 인디로 가는 길(indie to go)이 넓어지다.

조금만 시선을 돌려도 길은 넓어집니다.

제목에 쓰인 indie to go는 여러분이 보고 계시는 IPTV계의 얼짱방송 ‘indie to go’를 얘기하는 것이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다. 인디 뮤지션의 가장 큰 걸림돌은 아무리 배를 곪으며 음악을 만들어도 어느새 단골이 된 김밥천국 아주머니와 라이브 클럽을 드나드는 소수의 매니아만 알아 볼 뿐 대부분의 사람들이 인디 뮤지션의 음악을 접할 기회를 가지지 못한다는 것이다. 예능 프로그램에 나와서 술 마시고 옷 홀라당 벗고 홍대 앞을 뛰어다닌 사연이라도 얘기하면 좋을련만 출연의 기회는 제한되어 있고 순수하게 음악으로 평가 받고자 하는 인디 뮤지션이 바라는 바 역시 아닐 것이다. 다행히도 상황은 차츰 나아지고 있다. 매일 같은 가수만 나오는 공중파 가요프로그램의 위상이 약해지고 케이블의 음악채널 역시 예능채널이 되며 되려 다른 매체가 힘을 얻고 있는 것이다. 실력있는 뮤지션들의 라이브무대를 선보이고 있는 EBS 스페이스공감은 헬로루키 프로그램을 통해 실력있는 인디 뮤지션들을 발굴해 내고 있으며 (이러한 프로그램이 없어지지 않게 하기 위해서라도 EBS 민영화 요구가 포함된 한미FTA는 통과되어선 안된다.) 한 포탈의 뮤직 섹션에서는 한국대중음악상 선정위원들의 활약으로 매주 발표되는 인디 음반과 지금껏 발표되었던 명반들이 꾸준히 소개되고 있다. 굳이 케이블티비에 나오지 않아도 인디 밴드들의 뮤직비디오나 공연 영상은 인터넷 동영상서비스를 통해 이곳 저곳 퍼 날라지고 있고 인디 음악을 다루는 블로그도 많아졌다. 지금 여러분이 보고 계시는 그리고 싸이월드 티비온 서비스의 싸이채널에서는 매일마다 인디 밴드들의 자연스러운 연주 모습을 세련되고 감각적인 영상에 담은 indie to go 역시 주목할만 하다. (라고 쓰고보니 부끄러움에 불알이 오그라드는 듯 하지만.) 특히 인터넷 시대의 뉴미디어인 IPTV를 통해 지금은 컴퓨터 모니터 앞에서 앞으로 브라운관에서 서비스 될 indie to go는 새로운 미디어 환경에서 인디가 어떻게 소비될 것인지를 가늠하는 중요한 바로메터가 될 것이다. 

글쓴이 | app (음담배설가, http://cookbookofsound.net)

2008/10/31 – [sound reciepe/digg] – 장기하와 겨드랑이 땀

사용자 삽입 이미지개인적으로 제일 좋아하는 스피드레이서 DVD Vol.4의 이미지. 행운의 빨간 양말이 도드라져 보인다.

  왜 우리는 롤러코스터에서 떨어지지 않을까. 왜 우리는 롤러코스터에서 떨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공포를 느끼는 걸까. 그것은 지구인이라면 누구도 거부할 수 없는 힘, 중력 때문이다. 이미 매트릭스를 통해 사이버세계와 현실세계를 능수능란하게 오고갔던 워쇼스키 형제는 차기작 스피드 레이서를 통해 근본적인 힘의 한계가 존재하는 지구를 벗어나고 싶었던 것 같다. 항간에서는 래리 워쇼스키가 성전환을 했다는 소문이 도는데 이는 이 영화를 통해 꿈꾸었던 성(星)전환이 성(性)전환으로 와전된게 아닐까. 덕분에 스피드 레이서는 지구밖의 세계를 달리는 롤러코스터가 되었다.  
  그렇다면 스피드 레이서라는 롤러코스터의 코스는 어떨까. 상승, 하강, 가끔 360도 회전. 우리가 여태껏 이 때 쯤이면 보아왔던 블럭버스터들의 코스와 별반 다르지 않다. 즉, 매트릭스 한편으로 전세계인을 철학자로 만들었던 이들의 경력에 비해 별로 참신하지 않다. 게다가 짜임새나 완성도 면에 있어서 높은 점수를 주기는 힘든데, 매트릭스 1 이후로 시각적 충격에 대한 강박으로 한번도 짜임새 있는 영화를 보여주지 못했던 이들의 이력을 본다면 납득하기 힘든 사실은 아닐 것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영화의 장면들은 오히려 스틸컷이 더 자연스럽다.

  무엇보다 이 롤러코스터의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레일을 통해 느껴지는 중력이 우리가 지구에서 겪었던 중력감과 적잖이 다르다는 것이다. 왜 이 영화를 찍는 동안 아무도 그들 앞에 ‘바보야, 문제는 중력이야.’라는 피켓을 들지 않았을까. 위화감을 느낀 낯선 감각의 레일 위에서 아무리 스피드 레이서가 질주한다고 해도 우리는 불감증 환자가 되어 무감각하게 스크린을 바라 볼 수 밖에 없는 것이다. 혹은 내 옆자리에 앉았던 커플처럼 상영 중에 문자를 주고 받고 몇번이나 나갔다 들어오기를 반복하며 한 인간의 분노 게이지가 어디까지 치솟을 수 있는지 실험하던가.
  하지만 다행히도 마지막 코스-그랑프리에 도착하면 우리는 잃었던 중력을 조금씩 찾게 된다. 그리고 중력을 인식하기 시작한 후 급하강하는 롤러코스터에서 보는 총천연색 풍경은 지금까지 보아왔던 어떤 영화에서도 느낄 수 없던 황홀경을 선사한다. 개인적으로 클라이막스가 끝난 후 팬티가 젖었는지 확인해야만 했을 정도로, 이 장면 하나만으로도 이 영화를 볼만한 가치는 충분하다. 단, 그것이 그제서야 영화가 중력을 찾은 것인지 아니면 우리가 영화를 보며 조금씩 낯선 중력에 익숙해졌기 때문인지는 잘 모르겠다. 아이맥스 관에서 초등학교 재학생중인 남동생과 다시 보면 이 영화에 대한 평가를 분명히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특히 남동생의 반응이 궁금하다. 이 영화는 마지막 승리 후 맥주잔을 부딪히는 영화가 아니라 우유를 나누어 마시는 영화이기 때문이다. 물론 헐리우드 영화의 엔딩이니만큼 입술도 부딪히지만 섹슈얼한 느낌은 전혀 없다. 심지어는 키스 전 친절하게 옆자리에 앉은 아이의 눈을 가릴만한 틈마저 준다는.

사용자 삽입 이미지처음 중력감이 느껴지기 시작한 장면이자 가장 좋아하는 씬 중 하나.

* 이 영화에는 이미 알려진 비, 박준형 외에 또 한명의 한국인이 출연한다. 한국인 아나운서 역을 맡은 김일영씨인데 아쉽게도 거의 5개국어가 넘게 등장하는 이 영화에서 한국어는 들을 수 없었다.

* 많은 이들이 지적한 대로 비의 비중은 꽤 높으나 캐릭터는 애매하다 못해 정신병자같다. 초반엔 조기흥분증후군환자처럼 이유없이 버럭거리더니 후반부에선 스피드 레이서를 배반했다 아무런 설명 없이 다시 응원하고 나중엔 (이미 주식으로 챙길거 다 챙긴 후) 사의 진실을 폭로한다. 만약 내가 서양 관객이라면 별로 비에게 큰 인상을 못 받을 것 같다. 무엇보다 넓은 콧평수가 부담스럽다.

# 영화가 끝난 후 당연히 미국판 ‘스피드 레이서’의 주제곡이 나올 줄 알았는데 의외로 흘러 나온 것은 오리지날 ‘마하 GoGo’의 주제곡이었다. 곧 이 곡은 어렌지되어 자연스럽게 스피드 레이서의 원래 주제곡과 믹스쳐된다. OST에 실린 것은 극장에서 상영된 버젼과 다른 michael giacchino의 스코어 버젼인데 오프닝의 오리지날 일본 곡, 중간의 불어랩 등이 삭제되었다. 곡이 무척 좋으니 가급적이면 극장에서 엔딩크레딧이 끝날때까지 관람하기를 권한다.

jk3.mp3michael giacchino - speed racer

사용자 삽입 이미지

내가 2007년에 가장 후회하는 일 중 하나는 데쓰 프루프(death proof)를 극장에서 보지 못한 것이다. 그리고 2008년에 가장 자랑스러워할만한 일은 데쓰 프루프와 짝패 영화인 플래닛 테러(planet terror)를 (한국의) 누구보다 빨리 극장에서 보았다는 것일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시사회를 기획한 BPF 팀에게 깊은 감사를 전한다.

영화 시작 전 상영되는 훼이크 영화(였으나 실제 영화를 보고 싶다는 밥 웨인스타인의 바람 덕에 dvd용 영화로 제작이 결정된) machete의 예고편 마지막에는 x-rated 등급 표시가 등장한다. 그건 로버트 로드리게즈가 우리에게 보내는 일종의 선언이었다. 이 영화를 방해할 건 아무것도 없다고. 이 영화는 그 어떤 경계도 두려움없이 가볍게 뛰어넘을 거라고. 실제로 플래닛 테러는 그의 선언을 눈치채지 못한 이에게는 과하다 싶을 정도로 질주한다. 우리가 가볍게 내뱉은 농담인 뇌가 없다는 말은 진담이 되고 쿠엔틴 타란티노의 사타구니는 폐기물처리장의 타이어처럼 녹아 발밑으로 뚝 뚝 떨어진다. 세라복을 입은 이즈미는 기관총을 들었지만, 핫팬츠를 입은 로즈 맥고완은 잘려진 다리에 기관총을 박았으며, 텍사스의 트럭 운전사 프레디 로드리게즈는 닌자였(던 것 같)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 영화는 좀비 영화이며 (거의)지구종말의 영화이기도 하다. 어떤가, 천연덕스러운 표정으로 신체와 총기와 지역과 전통과 장르의 경계를 넘나들며 신나 하는 로버트 로드리게즈의 표정이 그려지지 않는가.


machete trailer

사실 이 영화에 대한 평은 크게 의미가 없다. 환호하거나 천대하거나. 좀비영화의 매니아가 아니라는 유일한 이유로 별 3개의 평점을 준 시카고 선타임즈의 리뷰처럼. 그러니까 이건 태도에 관한 영화다. 다리에 기관총을 단 로즈맥고완이 유탄을 발사해 하늘로 날아올라 360도 회전을 하며 좀비를 기관총으로 쏴 죽이는 장면에 대한 얘기를 듣고 끝내준다는 표정을 짓는 소수의 사람들은 환호할 것이고, 그게 어떤 의미인지 이해하지 않는 대다수의 사람들은 천대할 것이다. 대부분의 b급 영화의 운명이 그러한 것처럼. 그리고 이 영화는 여성이 성장하고 승리하는 영화다. 이는 데쓰 프루프의 경우도 마찬가지인데 사실 여기에 큰 의미를 부여할 생각은 없다. 다만 동시상영 영화의 틀과 기존 장르영화의 클리셰를 그대로 가져온 어떠한 의미에서 지극히 고전적인 이 영화에서 여성이 승리한다는 사실은 큰 전복의 쾌감으로 선사한다. 당신이 치녀물을 좋아한다면 분명 이 영화도 좋아하게 될 것이다. 다만 다리 페티쉬가 있다면 보지 않는 편이 좋을지도 모르겠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이 섹시한 다리를 영화가 시작된지 얼마 지나지 않아 영영 볼 수 없게 된다.

-
app는 주간에는 지식노동자로 야간에는 감성노동자로 노동하고 있습니다. 그 둘은 크리에이티브한 것을 만들어 낸다는 점에 있어서는
같은 종류의 것이지만, 전자의 것은 미래를 향하는 일이고 후자의 것은 과거로 돌아가는 일이라는 점에서 전혀 다른 종류의 것입니다.
그리고 그 사이에 디지탈 뮤직이 있습니다.

- 3주전, 야근의 쓰나미 끝에 몰려온 주말은 고요하여서 나는 휴식을 취하고 싶고 무언가를 얻고도 싶어졌습니다. 그래서 나는 지식노동자로써 그리고 감성노동자로써 필요한 독서를 했습니다. ‘정유진의 웹2.0 기획론‘과 ‘computer muzik 에 실린 ableton live 특집‘을. 그리고 나는 우연하게 동시에 취한 그 둘이 닮아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정유진의 웹2.0 기획론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표현은 ‘두근두근
이었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의 새로운 것보다는 익숙한 것을 택할 때, 스스로 새로운 것을 찾고 그 새로운 서비스에서 두근거리는
감정을 느끼 수 있는 것. 그것은 기획자만이 가질 수 있는 특권(이자 스트레스)일 것입니다. 나는 그 표현 하나(와 책의 무수히
많은 좋은 점들) 때문에 그녀가 좋아졌습니다.

- computer muzk의 ableton live 특집에서 가장 많이 쓰인 표현은 ‘revolution‘입니다. 이러한 표현은 music equipment계에서는 널리 쓰이는 표현이지만 여기서의 ‘revolution’은 그 단어의 상징 그대로를 의미합니다. 이건 정말 기존의 것과는 다른거든요.

-
정유진은 자신의 저서에서 웹 2.0은 데이타 2.0이며 어플리케이션 2.0이라 얘기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ableton
live는 진정한 daw(digital audio workstation) 2.0이라 얘기할만 합니다. 음악이란 하나의 덩어리입니다.
디제잉이란 그 덩어리를 뭉개고 틈을 만들어 그 둘을 연결하는 것입니다. 그건 고무찰흙놀이로 비유될 수 있을 것입니다.
ableton live는 그 덩어리를 loop이라는 단위로 해석합니다. loop은 최소단위는 아니지만 적절한 단위이기는 합니다.
이는 요새 들어 특히 유효한데 요새 유행하는 대부분의 음악이 원코드에 loop을 기본으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입니다.
ableton live의 데이타 2.0이 loop이라면 ableton live의 어플리케이션 2.0은 warp입니다. 이를 통해
우리는 우리가 원하는 bpm으로 각 곡들의 loop을 그 loop이 놓여져야 하는 지점에 얹을 수 있습니다. 그건 레고블럭
쌓기로 비유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는 웹 2.0을 설명할 때 흔히 쓰이는 비유이기도 합니다. ableton live에서는
디제잉보다 흔히 mash-up이라는 표현을 쓰기도 하는데 이 역시 요새 웹쪽에서 쓰이는 것과 동일한 의미입니다.

-
나는 웹 2.0을 지지합니다. 내가 만들어 낸 데이타를 통해 다른 이들이 정보를 얻고 나 역시 그와 같은 방법으로 정보를 얻을
수 있습니다. 굳이 누가 먼저 지갑을 여나 눈치를 보지 않아도 인간이 만들어낸 가장 합리적인 수단인 ‘give &
take’가 성립되는 겁니다. 물론 여기서도 자신의 지갑을 열지 않은 채 다른 이들이 지갑을 열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사람은 분명
존재할테지만요.

- 이 글을 쓰던 중 일본의 일부러 불편하게 지어진 집에 대한 프로그램을 보았습니다. 이 집이 만들어지게 된 이유는 불편한 생활이 인간의 감각을 향상시키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
내가 웹 2.0을 지지하는 가장 큰 이유는 웹 2.0을 통해 내가 원하는 걸 좀 더 편리하게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이유보다는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게 무엇이었는지 발견할 수 있을거라는 믿음 때문입니다.  인간은 의외로 누구인지 잘 알지 못합니다. 자신이
어떤 사람이고 자신이 무엇을 원하며 자신이 좋아하는 게 무엇인지를 아는 것은 평생의 숙제와 같습니다. 그리고 이 숙제를 잘
풀어나갈 수록 우리는 우리의 인생이라는 선생님에게서 더 많은 칭찬을 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

-
daw 2.0을 지지하는 것은 조금 다른 문제입니다. 그건 웹 2.0이 지식의 영역이라면 음악은 감성의 영역이니까, 라고
단순하게 얘기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닌 것 같습니다. 그건 아직도 사람들이 스포츠에 열광하는 것과 같은 이유일 것 같습니다.
(추측형으로 얘기하는건 나는 한번도 스포츠에 열광한 적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저 나는 (돈은 많이 들지만) LP를 구입하고
(많은 연습이 필요하지만) LP로 디제잉을 하고 (무겁고 불편하지만) 그같은 방법으로 공연을 하는게 재미있습니다. 그건 내가 웹
2.0에서 기대하는 믿음과 같은 믿음입니다. 물론 ()안에 들어간 것과 같은 이유로 그것을 포기할 수도 있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그렇게 된다면 나는 막연하게 인생이라는 선생님에게 벌을 받을 것 같습니다.

-
나는 아직 이 글을 제대로 정리할 자신이 없습니다. 이 글은 답이 아니라 질문입니다. 하지만 한가지만은 분명하게 얘기할 수
있습니다. 사람은 가장 자신답게 살아야 하며 그래야 행복해질 수 있다고. 그리고 웹 2.0이던 웹 3.0이던 ableton
live던 ableton lipsynk던 그것이 그에 부합한다면 언제라도 지지할 것입니다.

* 2007년 3월 27일 미투데이 첫번째 공식 번개 하루 전에 적은 글입니다. 미투데이 번개라면 당연히 여러 IT 업계 종사자분들이 오실텐데 적어도 올블로그에 웹 2.0 관련 포스트는 하나 발행해야 하지 않나, 싶어 적은 글이었습니다.만, 결국 그 번개에서 IT 업계 종사자분들과는 별로 얘기를 나누지 못하고 매일 술마시고 영화보는 친구들만 잔뜩 만들었지요. orz. 그나저나 미투데이 번개 전날 ‘여기서도 자신의 지갑을 열지 않은 채 다른 이들이 지갑을 열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사람은 분명
존재할테지만요.’
라는 문장을 쓴 건 지금 생각하면 조금 의미심장하군요.

(주의:본문 내용에 스포일러가 좀 노골적으로 포함되어 있습니다. 스토리가 중요한 영화는 아니니 알고 영화를 본다 해도 크게 영향을 끼치진 않을 것 같지만, 이런데 민감하신 분은 영화를 본 후 읽으시는게 좋을 것 같네요)

‘내 곁에 있어줘’
는 테레사 챈의 영화입니다. 테레사 챈은 실존인물로 14살에 시력과 청력을 모두 잃었습니다. 왠지 이렇게 얘기하면 별로 실감이
나지 않을 것 같아 다시 풀어 말씀 드리겠습니다. 그녀는 보지도, 듣지도, 못합니다. 우리가 만나서 일반적으로 하는 소통의
수단이 모두 사라진겁니다. 말은 할 수 있습니다. 째지는 목소리로 띄엄띄엄 그녀가 보지도 듣지도 못하게 된 뒤에 배운 영어로
불편하지만 또렷하게 얘기합니다. 그녀는 그러한 상황속에서 (여기서는 상황속에서가 가장 정확한 표현입니다. 역경을 이겨내고라던지
그러한 상황에도 불구하고라는 표현은 그녀의 삶에 비추어 어울리지 않습니다.) 공부를 하고, 수영을 하고, 아이들을 가르치고,
사랑을 합니다. 그리고 영화에 출연합니다. 이 영화에 자신의 역할로 직접 말이예요.


는 이제 이 영화에 대한 모든 설명을 마쳤습니다. 이렇게 얘기하는 건 너무 불친절하고, 저는 친절한 사람이 되기로 마음 먹었으니
다시 말씀 드리겠습니다. 이 영화는 테레사 챈의 영화입니다. 테레사 챈의 세계에는 소리도 빛도 없습니다. 즉, 이 영화는 침묵과
어둠의 영화입니다. 침묵과 어둠속에서 사람들은 끊임없이 먼발치에서 상대를 바라보고 상대에게 마음을 전하려 합니다. 재키는
채팅으로 만나 사랑을 나누다 변심한 레즈비언 애인- 샘에게 핸드폰 문자로 자신의 마음을 전하려 하고 뚱보 경비원- 패티 코는
자신이 경비원으로 일하는 건물에서 일하는 여자에게 자신의 마음을 전하기 위해 사전을 뒤져가며 편지로 씁니다. 하지만 그 마음은
전해지지 않습니다. 재키는 자살을 결심하고 옥상에서 떨어지고 패티 코는 편지를 전하러 가다가 옥상에서 떨어진 재키에 의해 죽음을
맞이 합니다. 그리고 패티 코에 의해 기적적으로 살아난 재키를 돌보기 위해 매주마다 봉사활동을 가던 테레사 챈의 집에 찾아갈 수
없었던 재키의 아버지- 손은 자신의 아버지에게 대신 찾아가 줄 것을 부탁합니다. 그리고 손의 아버지와 테레사 챈은 구원의 순간을
맞이하게 됩니다. 모두가 소통하고자 원하지만 결국 이 영화에서 진심으로 소통하는 사람은 테레사 챈과 영화가 끝나는 동안 아무말도
하지 않던 손의 아버지입니다. (손의 아버지와의 만남에 그녀가 쓴 글과 손의 아버지가 만든 음식이 동기가 되었고 그 역시 말을
건내려는 거라 얘기할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그건 마음을 전하려는 행위보다는 그녀와 그의 삶 그 자체에 더가깝습니다.)
그러니까 다시 한번 말씀드리자면 이 영화는 테레사 챈의 영화입니다. 보지도,듣지도 못하는, 하지만 또렷하게 얘기하는 그런
영화입니다.


번이나 이 영화에 대한 글을 쓰다가, 고치고 다시 쓰고를 반복하다 결국 모두 지워버렸습니다. 그건 이 영화가 침묵과 어둠의
영화이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재키의 핸드폰 문자와 패티 코의 편지처럼 글로는 전해질 수 없는 것입니다. 그리고 저는 아직 테레사
챈처럼 또렷하게 얘기하지 못합니다.


작 제가 이 영화에서 인상깊게 본 장면은 손의 아버지와 테레사 챈이 만나는 장면이 아니라, 나머지 인물들이 상대를 바라보는
장면이었습니다. 이 장면은 영화내내 반복되는데, 재키가 샘이 새로운 남자친구와 함께 즐겁게 걸어가는 모습을 블럭너머에서 바라보는
장면. 패티 코가 어두운 거리에서 높은 건물의 밝은 조명 아래 있는 그녀를 바라보는 장면. 유령으로 손의 아버지 곁에 있던 손의
어머니가 손의 아버지를 떠나가며 함께 정리하곤 했던 가게 밖에서 손의 아버지를 바라보는 장면. 그렇게 먼발치에서 물끄러미 상대를
바라보던 모습이 인상적이고 가슴이 아팠습니다. 그래서 저는 아직 테레사 챈처럼 또렷하게 얘기하지 못하겠습니다. ‘내곁에
있어줘’라고, ‘사랑하는 사람이여 언제나, 내 곁에 있어줘’라구요.

//mmc.daumcast.net/mmc/2/movie/trailer/2006/03/bewithme_tr_700k.wmv
내곁에 있어줘 예고편 – 영화를 다시 보고 싶었는데, 돈이 없어 하루종일 예고편만 봤네요. 안녕.

* 2006년 6월 5일 사랑과 웃음의 밤에 쓴 글 입니다. 그 사이 서울독립영화제에서 에릭쿠의 방한과 함께 특별전이 열렸지요. 안타깝게도 저는 그 자리에 참석하지 못했습니다. 야근은 영혼을 잠식합니다. 기회가 될 때 다른 영화도 찾아 본 뒤 포스팅…할지 모릅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시마다 마사히코 – 프로 마조히스트의 재(발)기를 기다리며


근래에 시마다 마사히코의 ‘나는 모조인간’과 ‘몽유왕국을 위한 음악’을 연달아 읽었습니다. ‘나는 모조인간’은 이전에 악마를
위하여라는 이름으로 간행되었었고 마지막 부분에서 자살한 중년남자 에피소드가 등장하고나서야 제가 그전에 ‘악마를 위하여’를
도서관에서 빌려 읽었었음을 눈치챘습니다. 그의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희한하리만큼 별 존재감이 없었던거지요. 제가 그의 작품 중
제일 좋아하는 아니 전혀 과장되지 않은 말로 제 삶의 태도를 결정지은 그래서 사랑할 수 밖에 없는 ‘천국이 내려오다’에는
작품만큼이나 환타스틱한 작가 후기가 있습니다. 거기에 ‘나는 모조인간’에 대한 언급이 있는데요. 잠시 옮겨보겠습니다.

-
내가 이 작품에 착수한 것은 1984년 10월이었습니다. 그 전후에 ‘나는 모조인간’이란 작품을 썼습니다. 이 작품은 지금까지
가장 평가가 높았고, 나도 회심작이라고 공언하기에 부끄러움이 없었습니다. 이 성공에 흥분한 나는 이쯤에서 대 실패작을 남겨두리라
생각했습니다. 비평가나 신처럼 위대한 대작가(신은 19세기가 끝날 무렵에 죽었다고 하는데)에게 칭찬을 받으며 각각의 진영에
끌려들어가서는 안 되겠다고 생각한 것이죠. 또 독자 여러분도 아시다시피 나는 마조히스트라서, 그들의 비판의 칼날에 난도질 당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습니다.
뚜껑을 열어보니, 악평이 65퍼센트 정도였습니다. 다만 유감스럽게도 비판의 칼날이 무뎌, 난도질당하는 쾌감은 느낄 수 없었습니다. 뒤집어 생각해 보면 그들은 내가 보여준 속임수의 트릭을 간파하지 못한 것입니다.

아,
그러니까 저는 그의 성공작보다는 그가 작정하고 만든 실패작을 더 좋아하는 셈입니다. 프로 마조히스트가 되기로 결심한 그에게는
이쪽이 더 잘 어울린달까요. 솔직히 ‘나는 모조인간’의 결말 부분에서 아쿠마 카즈히도가 진지하게 클라이밍을 할때는 그 진지함
때문에 터져나오는 웃음을 참기가 어려웠습니다. 이 작품에서 가장 뛰어난 부분은 작가후기에 등장하는 바로 이 부분입니다. ‘제발,
여러분, 나의 작품 이외의 별볼일 없는 작품은 읽지 말아주시기 바랍니다. 세계의 명작과 나의 작품이 있으면 충분하지 않겠습니까.’

사용자 삽입 이미지

위의 말이 재수 없다면 시마다 마사히코의 권유대로 이 사진을 다트판으로 삼으세요.


예전에 마포도서관에는 책이 없어 성남에 잠시 들렀을때, 대출증이 없어 열람실에서 반쯤 읽었던 ‘몽유왕국을 위한 음악’을 오늘 다 읽었습니다. 시마다 마사히코의 작품 간행 순서는 아래와 같습니다.

1983 부드러운 좌익을 위한 회유곡
1984 망명 여행자는 외치고 중얼거린다
몽유 왕국을 위한 음악
1985 나는 모조인간
1986 돈나 안나
미확인 미행물체
1989 꿈의 사자
1990 피안선생
1995 잊혀진 제국
떠오르는 여자, 가라앉는 남자
1996 피안선생의 침실 철학


부드러운 좌익을 위한 회유곡’과 ‘나는 모조인간’은 국내에서 ‘악마를 위하여’로 출간되었고, 이 중 ‘나는 모조인간’만 최근에
다시 간행되었습니다. 국내에서 발간된 ‘몽유 왕국을 위한 음악’에는 ‘몽유 왕국을 위한 음악’과 ‘천의 얼굴, 스피카’ 와
‘스승 팬만’인가 하는 작품이 포함되어있습니다. ‘돈나 안나’는 시기로 보았을때 ‘천국이 내려오다’인것 같고, 국내에서 출시되지 않은 것 같고, 잊혀진
제국은 ‘로코코 거리’인 듶 싶습니다. ‘피안선생의 침실 철학’은 ‘퇴폐예찬’으로 추측되고. 그러니까 오늘로서 저는 국내에서
출간된건 ‘미확인 미행물체’를 제외하고 다 구입하거나 도서관에서 대여해서 보았습니다. ‘악마를 위하여’에 포함된 ‘부드러운
좌익을 위한 회유곡’은 다시 한번 읽어봐야 할 듯 싶지만. 그를 통해 얻은 결론은 저는 그의 초기작엔 크게 흥미가 없으며 그의
중기작은 미친듯이 좋아하고, 그의 후기작은 그의 네임밸류에 비해선 대단치 않다고 생각하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른 누구도 아닌
그이기에 별로 좋아하지 않는 작가의 최고작보다는 더 좋아한다는 얘기입니다. 왜 저는 그의 중기 작품에는 열광하면서 그의 초기작은
크게 흥미가 없을까,를 생각해 봤습니다. 그러다 문득 3년전 이맘때 쯤에 다리아 관련 다음카페에 쓴 글이 생각났습니다. 그 글은
이 포스트 맨 아래에 옮기겠습니다. 우선 정리하자면 제가 시마다 마사히코의 작품을 좋아하는건 그의 작품에 ‘제가 매혹될 수 밖에
없는 여인들’이 등장하기 때문입니다. 그녀들은 팜므파탈이기도 하면서 모성애를 요구하고 싶게 만들기도 하고, 곁에 있으면서도 없는
듯 하며, 제게 삶의 비밀을 알려줄 듯 하다가 스스로 비밀이 되어버리는 그런 여인들입니다. 반면 그의 초기작에 등장하는 여인들
혹은 소녀들은 너무 미숙합니다. 남자를 유혹하기는 커녕 자기가 무엇을 하는지 과연 알고나 있을까, 의문이 드는 캐릭터들
투성입니다.

잠시 정리를 하자면
‘천의 얼굴, 스피카’에 등장하는 스피카 – 어른들을 위한 바비인형 혹은 원조교제를 위한 스쿨걸, 거기에는 매혹도 끌림도 없다. 그저 자기과시를 위한 우스꽝스러운 제스쳐의 소비욕만이 있을 뿐.
‘나는 모조인간의’ 지즈루 – 인격이 없는 존재, 하나의 도구에 지나지 않는다. 이를테면 tv같은 ‘아, 그래 오늘은 연속극을 하기로 한 날이었지’ 중얼거리며 다시 집으로 돌아오게 만드는.
‘몽유왕국을 위한 음악’의 마주루카 – 이름은 그의 작품 중 가장 매혹적이지만 그저 끌려다니고 있을 뿐이다.
‘스승 팬만?’ – 에는 여주인공이 등장하지 않는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조금 늙었음에도 불구하고 멋있어서 더 재수 없지 않습니까?

확실히 시마다 마사히코의 초기작에서 그는 미숙한 마조히스트입니다. 아직 마조히즘의 쾌감을 약간 맛보고 그 쾌감을 자신의 태도로
정했을 뿐이지요. 그런만큼 그의 작품에 등장하는 그녀들 역시 미숙한 새디스트일 수 밖에 없는 겁니다. 그러다 그는 ‘천국이
내려오다’를 통해 본격적으로 프로 마조히스트가 되기로 결심합니다. 마조히스트는 프로로서의 데뷔를 결심했을 때가 가장
아름답습니다. 쾌감의 미학이 절정에 달했을때지요. 그 후 그는 원숙한 마조히스트 – ‘드림 메신저’와 ‘피안 선생의 사랑’의
길을 걷다가 ‘떠오르는 여자, 가라앉는 남자’에서는 결국 노쇠해버립니다. 마조히스트로서의 쾌감의 유효기간은 거기까지였던 거지요.
그리고 지금 시마다 마사히코는 더이상 작품을 집필하지 않고 있습니다. 가장 최근에 그의 모습이 볼 수 있던건 소설이 아닌
2001년도에 공개된 오쿠다 에이지 감독의 영화 ‘소녀’이고, 지금은 청년때의 곱디고운 외모는 다 사라지고 배불뚝이 아저씨가
되어 오페라 연출을 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그는 이제 프로 마조히스트에서 은퇴해버린걸까요. 그의 작품을 더이상 볼 수 없다는
사실이 매우 아쉽지만 한편으로는 다행이라고도 생각합니다. 쾌감의 유효기간을 어긴채 이제는 임포텐츠에 걸려버린 마조히스트보다는
그냥 섹스홀릭 혹은 정키에 가까운 무라카미 류의 경우를 볼때 말이예요. 저 역시 더이상 ‘후생에는 그가 백마흔두번째 여자와의
관계를 가질 때 빠져버릴 음모로 태어나도 좋을것 같은 기분’은 (아래 글 참고) 들지 않습니다. 저도 이제는 나이를 먹었거든요.
시간이란 그런겁니다. 저는 더이상 한때는 삶의 전부인 것 같았던 ‘태도’를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으며, 여전히 이룰 수 없는 꿈에
홀려있지만 그것을 이루는 방식에 있어서는 예전처럼 무모하지 않습니다. 제가 아래 글을 썼을때 그곳에서 만나 매일마다 함께 술을
마셨던 사람들은 더이상 그전처럼 매일마다 술을 마시지 않으며, 이전처럼 한데 모이기 또한 그리 쉽지 않습니다. 여기에 대해서
뭐라 얘기하면 좋을까요. 낡을수록 빛을 더하는 앤티크 가구처럼 우리 역시 성장하고 있는거라고 얘기하면 좋을까요. 아니면 우리는
그때와 같은 미숙하지만 순수한 열정을 잃어버린 사회화된 광물에 지나지 않는다고 얘기하는게 좋을까요. 여기에 대한 대답은
유보하겠습니다. 대신 년전 썼던 시마다 마사히코에 관한 글을 아래에 옮깁니다.

대문에 걸려있는
소녀의 모습을 보고 시마다 마사히코의 ‘꿈의 메신저’에 등장하는 페넬로피가 떠올랐습니다. 가타기리의 렌틀차일드 사업의 자본으로
쓰이던 무렵 자신의 방에서 매튜에게 유혹과 경계, 두가지 수단을 능숙하게 동시에 쓰던 그녀의 모습 말이예요. 특히 니플의 모습이
그녀를 떠올리게 합니다. 욕망의 경계 사이를 유유히 넘나드는 작고 아담한 사랑스러운 니플.

우물은 시마다
마사히코의 ‘천국이 내려오다’에 대해 ‘내 취향이 아닌것 같다’라는 평을 내렸지만, 나는 시마다 마사히코가 너무 좋습니다.
후생에는 그가 백마흔두번째 여자와의 관계를 가질 때 빠져버릴 음모로 태어나도 좋을것 같은 기분이 들 정도입니다. 그의 작품을
좋아하지만 대부분의 좋아하는 것을 즐길때처럼 그것을 왜 좋아하는지에 대한 것을 설명하기는 어렵습니다. 나는 불행히도 딱지를
떼내듯 언제나 그것을 설명하지 않고는 배기지 못하는 사람이어서 언젠가 그의 작품을 좋아하는 이유에 관한 리스트를 만들었던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 이유의 대부분은 타인을 납득시킬 수 없다고 생각되었고 그래서 나는 그 리스트를 타인을 납득시킬 수 있는
가능성을 지닌것과 납득시킬 수 없는것으로 분류하였습니다. 납득시킬 수 있는 가능성을 지닌 것 리스트에 분류된 것은 유일했는데
그것은 ‘내가 사랑할 수 밖에 없는 여인이 등장한다’라는 것입니다. 아, 정말 그것은 ‘사랑할 수 밖에 없는’이라고 표현할 수
밖에 없습니다. 누구나, 빛이 없는 곳에 사는 외계인이라 하더라도 자신의 그림자와 같은 떼어내려고 해도 떼어낼 수 없는 강하게
밀착된 질기고 단단한 무언가를 지니고 살아가는데 나에게는 시마다 마사히코의 작품에 등장하는 여인들에 대한 내 감정이
그러했습니다. 그것은 숙명이고 계시이고 덫인 것입니다.

시마다 마사히코의 작품에 등장하는 주인공들도 역시
그녀들을 사랑할 수 밖에 없는 녀석들입니다. 나는 주인공들과 같은 감정을 공유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나는 주인공들과 그녀들의
관계가 만족스럽지 않았습니다. 그들과 내가 가지고 있는 감정이 그녀들과의 관계에서 온것임에도 불구하고. 나는 감정이라는 것이
순수한 대상에서 자연스레 생기기는 것이라기보다 나와 대상을 이루고 있는 관계에서 만들어지는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
믿음은 매우 불확실한 것이지만, 그리고 믿음과 불확신이라는 단어는 모순되는 것이지만, 물론 관계라는 것은 분열을 거듭하는
아메바처럼 끊임없이 변주되는 것이고 그래서나는 내가 가진 감정들을 사생아처럼 여기고 있습니다. 그리고 항상 미안합니다. 그래서
나는 작년 가을 내가 구입한 16인치 미니벨로 자전거에 천국이 내려오다에 등장하는 묘코라는 이름을 붙여주었고 그녀 앞에서
마리오가 되었습니다. 소설속에서의 마리오와 묘코와 달리 내가 만들어낸 현실속의 마리오는 묘코 위에 올라 탔습니다. 그것은 일종의
통쾌한 전복이었습니다. 하지만 나는 불과 한달만에 나는 더이상 묘코위에 올라 탈 수 없게 되었습니다. 지금쯤 묘코를 아마 다른
누군가의 엉덩이 아래에 있겠지요. 그리고 마리오를 놀리던 때처럼 만족스러운 미소를 짓고 있을 겁니다. 마리오, 너의 장난은
실패했어, 좀 더 재밌는 장난을 보여줘봐, 라면서. 그것은 내게 어떠한 계시처럼 받아들여졌습니다.

지금 나는
‘꿈의 메신저’를 읽고 있습니다. 스무 페이지 정도를 넘기면 책은 닫힐 것입니다. 그리고 사랑할 수 밖에 없는 페넬로피를
그리워하며 잠이 들겠지요. 나도 나와 같은 감정을 공유한 매튜처럼 그녀의 꿈속에 방문할 것입니다.

그녀의 꿈속에서
나는

‘페넬로피, 마지막 이별을 고하러 왔어. 나는 죽을거야.
사랑을 보상받지 못하는 인간은 죽어야 마땅해.’
라고 말한 뒤 그 자리에서 고꾸라져 죽어.

* 이글루스 블로그 “사랑과 웃음의 밤”에서 블로그에서 이사왔습니다. 새 술은 새 부대에,라는 옛말도 있지만 전 술이라면 옛 술이던 쉰 술이던 뭐든 맛있다고 생각하기에 이글루스 블로그에 있는 글들을 조금씩 가져올 계획입니다. 처음으로 가져온 포스트는 ‘시마다 마사히코 – 은퇴한 프로 마조히스트를 회고하며’입니다. 이 포스트 제목은 여기에서 ‘시마다 마사히코 – 프로 마조히스트의 재(발)기를 기다리며’로 바뀌었습니다. 이 기다림의 근거는 다음과 같습니다.

* 우선 시마다 마사히코의 신작이 출간되었습니다, 라는건 일본 기준. 국내에선 올해 초부터 꾸준히 출간될 예정입니다. 저는 이에 대한 소식을 2006년 6월에 쓴 ‘시마다 마사히코 – 은퇴한 프로마조히스트를 회고하며’
뒤늦게 달린 댓글을 통해 알게 되었습니다. 이는 당시 하루 방문객 100명도 안 되던 블로그에 댓글을 달 정도로 홍보에 대한
욕구는 넘쳐도 출간을 할만한 지구력은 부족한 출판관계자를 통해 달린 것으로 추정됩니다. 5월달에 나온다는 책이 아직도 나오지
않고 있으니. 저는 이에 대해 진심으로 기뻐하며 me2day에 이러한 멘트
남기기도 했는데 말이에요. 결국 한달전엔 RSS 리더기에 등록한 알라딘의 시마다 마사히코 검색 결과 RSS feed도
지워버렸습니다. 끝까지 발기되어있던 페니스가 아무것도 제대로 해보지 못하고 사그라든 기분이랄까요. 하지만 출간 덕분인지 웹에서
고양이 눈꼽만큼도 찾아볼 수 없었던 그에 대한 기록이 지금은 고양이 코딱지만큼은 늘어났습니다. 아래는 그 고양이 코딱지
덩어리들입니다.

조정린이 만난 사람 – 나는 마조히스트다
한겨레 신문 기사 – “근대문학이 끝난 자리 망상문학을 세웠어요”
우연히 알아낸 시마다 마사히코광팬의 블로그 ‘Go To The Hell’
- 언젠가 이분의 집을 알아내어 저에게 없는 5권의 책을 훔쳐올 계획입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그리고 이건 시마다 마사히코의 신작 ‘무한 캐논’의 홍보 컷

* 홍보 컷을 오랜만에 다시 보니 다시 아랫도리가 볼록해지는 것 같습니다. 아, 어서 빨리 출간되어 사그라든 제 페니스가 다시 발기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혹 출판관계자 분께서 이 글을 읽고 계시다면- 책 출간 후 ‘시마다 마사히코’ 구글 검색어 순위 1위를 자랑하고 있는 제게 보내주지 않으시겠습니까? 보내 주시기만 한다면 성심성의껏 홍보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저는 이미 이 글을 통해 공짜로 얻은 것에 대해서 얼만큼 입에 발린 소리를 할 수 있는지 증명한 바 있습니다. 물론 제 글이 공식적인 홍보가 가능할 글이 될수 있을지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만.

팔로우

Get every new post delivered to your Inbo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