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25일은 마지막 실업 급여를 받는 날이었다. 공교롭게도 그 다음날, 한-미 쇠고기 협상 고시가 강행되었다. 6월 26일부로 정부는 내게 사회 구조적 모순에 따른 경제적 비용을 지불하는 대신 가난한 나도 사 먹을 수 있는 값싼 쇠고기를 선물한 셈이다. 값싼 쇠고기가 생명마저 값싸게 만든다는 진실을 마블링 속에 감추고. 어쩌면 현 정부에서 사회 구조적 모순을 타파할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은 가난한 이의 생명을 그에 걸맞게 값싸게 만드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요지는 내 생명을 값싸게 만들고 싶진 않기에 미국산 쇠고기는 먹지 않겠지만 영혼을 값지게 만드는 문화 생활비는 필연적으로 줄일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미안하다. 여기까지 오는데 좀 많이 돌아왔다.) 하지만 이러한 상황을 수도 없이 겪어온 나는 그러한 상황에서도 내 영혼을 여전히 값지게 하는 방법을 여럿 알고 있는데. 그 중 하나가 매달 구독하던 판타스틱을 전략적으로 절독하는 것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bgm:허벅지 밴드- 뜯어먹어 날
 

전략적 절독의 내용은 이렇다. 1.3개월간 판타스틱을 절독한다. 2.과월호 3개월 분을 증정하는 정기구독 사은행사 때 정기구독을 신청한다. 3.과월호와 할인된 가격의 판타스틱을 매달 받아본다. (여기서 '전략적'이라는 표현은 '찌질한'이라는 표현으로 대체 가능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런 내 김태희도 찌질하다며 삿대질 할 현명한 소비생활에 큰 차질이 생겼으니, 그것은 판타스틱 7월호에 시마다 마사히코의 인터뷰가 실린 것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카오스의 딸 - 셔먼탐정 나루코

장르문학지에 시마다 마사히코라니, 현실 세계에서 10cm 정도 공중부양을 하고 있는 그에게 있어 이는 그리 어색한 일은 아니지만 결코 어울리는 일도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시마다 마사히코는 이미 작년 해리포터의 일본판이라 평가받는 '카오스의 딸 - 셔먼탐정 나루코'라는 미스터리 소설을 출간한 있다. 순문학작가가 미스터리 소설이라니. 정말 그 답지 않은가. 판타스틱에 인터뷰가 실린 걸 보니 미스터리 붐을 타고 '카오스의 딸 - 셔먼탐정 나루코'가 출간되는게 아닌가 하는 추측이 든다. (근데 무한카논 시리즈 2,3권은 대체 언제? 북스토리는 이름도 오타쿠스러운 오쿠다 히데오 책 좀 그만내고 어서 무한카논 시리즈를 완결지으라!) 자세한 건 역시 읽어야 알 수 있겠지. 아울러 판타스틱 7월호에는 단카이 세대에 대한 특집도 실렸는데 한국의 단카이 세대라 불리는 88만원 세대를 크리에이터로 살아가려는, 암울한 미래를 강제당하는 것으로 모자라 그보다 더 암울한 미래마저 선택한 내게는 꼭 참조해야할 특집이 아닐까 싶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공중 부양 중인 시마다 마사히코

판타스틱은 칭찬을 하다 혀가 닳아도 모자랄 잡지다. 나는 여태껏 잡지만 100여종이 넘게 구독해 온 잡지 오타쿠인데, 그 중 컨텐츠의 밀도면에서 판타스틱을 따라갈 잡지는 결단코 없다. (그래서 늘 그 달 다 못보고 꾸준히 밀리고 있다.) 조중동 10년치를 가져와도 절대 판타스틱 한페이지의 가치는 가지지 못할 것이다. 오히려 트렌드가 되지 않고 순결한 상태를 유지할 수 있던 덕인지 판타스틱 필자들의 서브컬쳐에 대한 애정은 조중동의 체제 유지에 대한 애정 못지 않다. 지금 나는 판타스틱에 대한 고백을 털어 놓기가 쑥스러워 계속 말을 돌리고 있다. 하지만 말을 꺼냈으면 동네 수퍼에서 라면 외상이라도 져야하지 않겠는가. (이런 찌질한 비유라니.) 내가 지금 하려는 말은 이것이다- 진심으로 판타스틱같은 잡지가 있어줘서 고맙다. 보통 잡지는 6개월이면 결단이 난다고 하는데 (딱 이때부터 mdm에서 원고료가 밀리기 시작했고, 결국 5개월 후 폐간했다.) 판타스틱이 일년 넘게 꾸준히 나오고 있다는 사실은 이 흉흉한 시국에 몇 되지 않는 위안이다. 내일 넥스트 플로어 페스티발 답사 가기 전 북새통 문고에 들려야 겠다. 셔틀버스에서 서서가면서라도 꼭 읽어야지. (게다가 생각해보니 6월호부터 유시진의 단편 또한 연재되고 있었다. 이런. 가는 김에 6월호도 함께 사와야겠다.) 하지만 여러분은 북새통문고까지 가기 귀찮을테고 가난한 내게 도움도 주고 싶을테니 아래 링크를 눌러 구입하시고 나와 같은 위안을 얻으시길 바란다.

p.s:참고로 나는 이 잡지사와 아무런 관련이 없다. 지인인 koolkat군이 이곳에서 글을 쓰긴 하는데 원고료 받았다고 밥 한끼 얻어먹은 적 없다.

2007/08/29 - [read] - 시마다 마사히코 - 프로 마조히스트의 재(발)기를 기다리며

Fantastique 판타스틱 2008.7 - 10점
판타스틱 편집부 엮음/페이퍼하우스(월간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