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pp는 주간에는 지식노동자로 야간에는 감성노동자로 노동하고 있습니다. 그 둘은 크리에이티브한 것을 만들어 낸다는 점에 있어서는 같은 종류의 것이지만, 전자의 것은 미래를 향하는 일이고 후자의 것은 과거로 돌아가는 일이라는 점에서 전혀 다른 종류의 것입니다. 그리고 그 사이에 디지탈 뮤직이 있습니다.

- 3주전, 야근의 쓰나미 끝에 몰려온 주말은 고요하여서 나는 휴식을 취하고 싶고 무언가를 얻고도 싶어졌습니다. 그래서 나는 지식노동자로써 그리고 감성노동자로써 필요한 독서를 했습니다. ' 정유진의 웹2.0 기획론'과 'computer muzik 에 실린 ableton live 특집'을. 그리고 나는 우연하게 동시에 취한 그 둘이 닮아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정유진의 웹2.0 기획론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표현은 '두근두근' 이었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의 새로운 것보다는 익숙한 것을 택할 때, 스스로 새로운 것을 찾고 그 새로운 서비스에서 두근거리는 감정을 느끼 수 있는 것. 그것은 기획자만이 가질 수 있는 특권(이자 스트레스)일 것입니다. 나는 표현 하나(와 책의 무수히 많은 좋은 점들) 때문에 그녀가 좋아졌습니다.

- computer muzk의 ableton live 특집에서 가장 많이 쓰인 표현은 ' revolution'입니다. 이러한 표현은 music equipment계에서는 널리 쓰이는 표현이지만 여기서의 'revolution'은 그 단어의 상징 그대로를 의미합니다. 이건 정말 기존의 것과는 다른거든요.

- 정유진은 자신의 저서에서 웹 2.0은 데이타 2.0이며 어플리케이션 2.0이라 얘기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ableton live는 진정한 daw(digital audio workstation) 2.0이라 얘기할만 합니다. 음악이란 하나의 덩어리입니다. 디제잉이란 그 덩어리를 뭉개고 틈을 만들어 그 둘을 연결하는 것입니다. 그건 고무찰흙놀이로 비유될 수 있을 것입니다. ableton live는 그 덩어리를 loop이라는 단위로 해석합니다. loop은 최소단위는 아니지만 적절한 단위이기는 합니다. 이는 요새 들어 특히 유효한데 요새 유행하는 대부분의 음악이 원코드에 loop을 기본으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입니다. ableton live의 데이타 2.0이 loop이라면 ableton live의 어플리케이션 2.0은 warp입니다. 이를 통해 우리는 우리가 원하는 bpm으로 각 곡들의 loop을 그 loop이 놓여져야 하는 지점에 얹을 있습니다. 그건 레고블럭 쌓기로 비유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는 웹 2.0을 설명할 때 흔히 쓰이는 비유이기도 합니다. ableton live에서는 디제잉보다 흔히 mash-up이라는 표현을 쓰기도 하는데 이 역시 요새 웹쪽에서 쓰이는 것과 동일한 의미입니다.

- 나는 웹 2.0을 지지합니다. 내가 만들어 낸 데이타를 통해 다른 이들이 정보를 얻고 나 역시 그와 같은 방법으로 정보를 얻을 수 있습니다. 굳이 누가 먼저 지갑을 여나 눈치를 보지 않아도 인간이 만들어낸 가장 합리적인 수단인 'give & take'가 성립되는 겁니다. 물론 여기서도 자신의 지갑을 열지 않은 다른 이들이 지갑을 열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사람은 분명 존재할테지만요.

- 글을 쓰던 중 일본의 일부러 불편하게 지어진 집에 대한 프로그램을 보았습니다. 이 집이 만들어지게 된 이유는 불편한 생활이 인간의 감각을 향상시키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 내가 웹 2.0을 지지하는 가장 이유는 웹 2.0을 통해 내가 원하는 걸 좀 더 편리하게 수 있을 것이라는 이유보다는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게 무엇이었는지 발견할 수 있을거라는 믿음 때문입니다.  인간은 의외로 누구인지 잘 알지 못합니다. 자신이 어떤 사람이고 자신이 무엇을 원하며 자신이 좋아하는 게 무엇인지를 아는 것은 평생의 숙제와 같습니다. 그리고 이 숙제를 잘 풀어나갈 수록 우리는 우리의 인생이라는 선생님에게서 많은 칭찬을 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

- daw 2.0을 지지하는 것은 조금 다른 문제입니다. 그건 웹 2.0이 지식의 영역이라면 음악은 감성의 영역이니까, 라고 단순하게 얘기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닌 것 같습니다. 그건 아직도 사람들이 스포츠에 열광하는 것과 같은 이유일 것 같습니다. (추측형으로 얘기하는건 나는 한번도 스포츠에 열광한 적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저 나는 (돈은 많이 들지만) LP를 구입하고 (많은 연습이 필요하지만) LP로 디제잉을 하고 (무겁고 불편하지만) 그같은 방법으로 공연을 하는게 재미있습니다. 그건 내가 웹 2.0에서 기대하는 믿음과 같은 믿음입니다. 물론 ()안에 들어간 것과 같은 이유로 그것을 포기할 수도 있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그렇게 된다면 나는 막연하게 인생이라는 선생님에게 벌을 받을 것 같습니다.

- 나는 아직 이 글을 제대로 정리할 자신이 없습니다. 이 글은 답이 아니라 질문입니다. 하지만 한가지만은 분명하게 얘기할 수 있습니다. 사람은 가장 자신답게 살아야 하며 그래야 행복해질 수 있다고. 그리고 웹 2.0이던 웹 3.0이던 ableton live던 ableton lipsynk던 그것이 그에 부합한다면 언제라도 지지할 것입니다.


* 2007년 3월 27일 미투데이 첫번째 공식 번개 하루 전에 적은 글입니다. 미투데이 번개라면 당연히 여러 IT 업계 종사자분들이 오실텐데 적어도 올블로그에 웹 2.0 관련 포스트는 하나 발행해야 하지 않나, 싶어 적은 글이었습니다.만, 결국 그 번개에서 IT 업계 종사자분들과는 별로 얘기를 나누지 못하고 매일 술마시고 영화보는 친구들만 잔뜩 만들었지요. orz. 그나저나 미투데이 번개 전날 '여기서도 자신의 지갑을 열지 않은 채 다른 이들이 지갑을 열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사람은 분명 존재할테지만요.'라는 문장을 쓴 건 지금 생각하면 조금 의미심장하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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