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의:본문 내용에 스포일러가 좀 노골적으로 포함되어 있습니다. 스토리가 중요한 영화는 아니니 알고 영화를 본다 해도 크게 영향을 끼치진 않을 것 같지만, 이런데 민감하신 분은 영화를 본 후 읽으시는게 좋을 것 같네요)
'내 곁에 있어줘' 는 테레사 챈의 영화입니다. 테레사 챈은 실존인물로 14살에 시력과 청력을 모두 잃었습니다. 왠지 이렇게 얘기하면 별로 실감이 나지 않을 것 같아 다시 풀어 말씀 드리겠습니다. 그녀는 보지도, 듣지도, 못합니다. 우리가 만나서 일반적으로 하는 소통의 수단이 모두 사라진겁니다. 말은 할 수 있습니다. 째지는 목소리로 띄엄띄엄 그녀가 보지도 듣지도 못하게 된 뒤에 배운 영어로 불편하지만 또렷하게 얘기합니다. 그녀는 그러한 상황속에서 (여기서는 상황속에서가 가장 정확한 표현입니다. 역경을 이겨내고라던지 그러한 상황에도 불구하고라는 표현은 그녀의 삶에 비추어 어울리지 않습니다.) 공부를 하고, 수영을 하고, 아이들을 가르치고, 사랑을 합니다. 그리고 영화에 출연합니다. 이 영화에 자신의 역할로 직접 말이예요.

저 는 이제 이 영화에 대한 모든 설명을 마쳤습니다. 이렇게 얘기하는 건 너무 불친절하고, 저는 친절한 사람이 되기로 마음 먹었으니 다시 말씀 드리겠습니다. 이 영화는 테레사 챈의 영화입니다. 테레사 챈의 세계에는 소리도 빛도 없습니다. 즉, 이 영화는 침묵과 어둠의 영화입니다. 침묵과 어둠속에서 사람들은 끊임없이 먼발치에서 상대를 바라보고 상대에게 마음을 전하려 합니다. 재키는 채팅으로 만나 사랑을 나누다 변심한 레즈비언 애인- 샘에게 핸드폰 문자로 자신의 마음을 전하려 하고 뚱보 경비원- 패티 코는 자신이 경비원으로 일하는 건물에서 일하는 여자에게 자신의 마음을 전하기 위해 사전을 뒤져가며 편지로 씁니다. 하지만 그 마음은 전해지지 않습니다. 재키는 자살을 결심하고 옥상에서 떨어지고 패티 코는 편지를 전하러 가다가 옥상에서 떨어진 재키에 의해 죽음을 맞이 합니다. 그리고 패티 코에 의해 기적적으로 살아난 재키를 돌보기 위해 매주마다 봉사활동을 가던 테레사 챈의 집에 찾아갈 수 없었던 재키의 아버지- 손은 자신의 아버지에게 대신 찾아가 줄 것을 부탁합니다. 그리고 손의 아버지와 테레사 챈은 구원의 순간을 맞이하게 됩니다. 모두가 소통하고자 원하지만 결국 이 영화에서 진심으로 소통하는 사람은 테레사 챈과 영화가 끝나는 동안 아무말도 하지 않던 손의 아버지입니다. (손의 아버지와의 만남에 그녀가 쓴 글과 손의 아버지가 만든 음식이 동기가 되었고 그 역시 말을 건내려는 거라 얘기할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그건 마음을 전하려는 행위보다는 그녀와 그의 삶 그 자체에 더가깝습니다.) 그러니까 다시 한번 말씀드리자면 이 영화는 테레사 챈의 영화입니다. 보지도,듣지도 못하는, 하지만 또렷하게 얘기하는 그런 영화입니다.

몇 번이나 이 영화에 대한 글을 쓰다가, 고치고 다시 쓰고를 반복하다 결국 모두 지워버렸습니다. 그건 이 영화가 침묵과 어둠의 영화이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재키의 핸드폰 문자와 패티 코의 편지처럼 글로는 전해질 수 없는 것입니다. 그리고 저는 아직 테레사 챈처럼 또렷하게 얘기하지 못합니다.

정
작 제가 이
영화에서 인상깊게 본 장면은 손의 아버지와 테레사 챈이 만나는 장면이 아니라,
나머지 인물들이 상대를 바라보는
장면이었습니다. 이 장면은 영화내내 반복되는데, 재키가 샘이 새로운
남자친구와 함께 즐겁게 걸어가는 모습을 블럭너머에서 바라보는
장면. 패티 코가 어두운 거리에서
높은 건물의 밝은 조명 아래 있는 그녀를 바라보는 장면. 유령으로 손의
아버지 곁에 있던 손의
어머니가 손의 아버지를 떠나가며 함께 정리하곤 했던 가게
밖에서 손의 아버지를 바라보는 장면. 그렇게 먼발치에서 물끄러미 상대를
바라보던 모습이 인상적이고
가슴이 아팠습니다. 그래서 저는 아직 테레사 챈처럼 또렷하게 얘기하지 못하겠습니다. '내곁에
있어줘'라고,
'사랑하는 사람이여 언제나, 내 곁에 있어줘'라구요.
내곁에 있어줘 예고편 - 영화를 다시 보고 싶었는데, 돈이 없어 하루종일 예고편만 봤네요. 안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