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본능적으로 무언가를 남겨야 하는 동물이다. 매일마다 변기 안에는 변을 남기고, 화장실 문에는 낙서를 남기고, 전봇대에는 토사물을 남긴다. 하지만 이것들은 유효기간이 매우 짧고 다른 이들의 것과 구별할 수 있지도 못하기 때문에 (혹 사파이아 색 변을 남기는 사람이라도 있다면 모르겠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보다 좀 더 유니크하고 오래 갈 수 있는 무언가를 남기려고 한다. 인간이 자신만의 무언가를 남길 수 있는 가장 쉬운 수단은 아이를 낳는 것이다. 인간 뿐 아니라 동물과 식물에게도 퍼져 있는 가장 보편적인 방법이기 때문에 다른 방법을 찾기 위해 골치 아픈 생각 따위를 할 필요가 없으며 적당한 상대와 몇 번 절정에 이르기만 하면 되니 이 보다 좋은 방법이 어디 있겠는가. 게다가 아이에게는 자신의 유전자 정보가 고스란히 전달되니 이거 정말 페니스는 펜보다 강하다고 해도 좋을 것이다. 사실 내가 남성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남성 위주로 생각을 하고 있는데 조금의 상상력과 배려심을 발휘해 생각을 발전시켜 나가보자면 여기서 쉽다는 표현은 상대적으로 여성보단 남성에게 더 해당될 것 같다. 여성은 경우가 좀 다르다. 10개월이나 배에 무거운 혹같은 것을 달고 다녀야 하며 혹시 그 아이가 커서 박지성같은 축구선수가 될 운명이라면 쉴 새 없이 발차기를 해댈 것이고, 태교를 위해 내 블로그같은 곳에는 접근을 하지 말아야 하며 아이가 태어날 땐 질이 찢어지는 고통을 맛보아야 한다. 당신의 좆만한 페니스가 들어가는 것만으로도 처음엔 피가 나고 고통을 느끼는데 그의 몇배가 되는 아이의 머리가 그곳에서 나오려면 얼마나 힘들겠는가. 그렇다면 왜 여성들은 상대적으로 남성보다 힘든데도 불구하고 아이를 낳으려 할까. 만약 빈정 잘 상하고 남 잘되는 꼴 못 보는 나같은 사람이 여자였다면 분명 아이를 갖지 않으려 했을텐데. 그만큼 인간에게 자신만의 무언가를 남기려는 욕구가 강한걸까. 이는 두가지 경우로 생각할 수 있다. 우선 여자가 경제력이 없는 경우. 이 경우 자식은 보험으로 기능한다. 남자가 여자를 처음 좋아했을 때의 조건-미모,몸매,고상한 성격-은 날이 갈수록 노화되어가고 남자는 근본적으로 젊은 여자를 좋아하며 사랑과 욕정을 잘 구분하지 못한다. 그런 상황에서 절반의 권리를 갖고 있는 자식은 법적으로 심리적으로 리스크를 분산시킬 수 있다. 생각해보니 남자들도 그리 쉽다고는 할 수 있을 것 같지 않다. 자식이 태어난 후 그에 대한 경제적 책임을 져야 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대해서는 남자들이란 도박이나 좋아하고 당장 콘돔 사러 가기 귀찮아 그냥 삽입해 버리고 싶은 유혹을 참지 못하는 단순한 동물이라 그렇다고 해두자. 그렇다면 경제력을 갖추고 있는 여자는? 그들은 왜 출산유급휴가도 변변히 마련되어 있지 않은 이곳에서 미쳤다고 자식을 낳는가. 까지 생각했다가 마땅히 결론도 안나고 내가 왜 이런 귀찮은 것들을 생각해야 하나 되짚어 보니 왕세숫대야냉면집에서 냉면을 먹고 육수를 남긴 뒤 애자일 방법론에 따라 이러한 질문을 한 것이 원인이었다. 그 질문은 다음과 같다.
‘왜 나는 음악을 하려 하는가’
음, 일단 이빨 닦고 다시 생각해 봐야겠다.
…
이빨 닦고 다시 생각해보았다. 거두절미하고 나는 (적어도 한국에서는) 자식을 가질 계획이 없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본능에 따라 무언가를 남겨야 하는데 그렇다고 맨날 마스터베이션 뒷처리한 휴지나 남길 순 없으니 음악을 하려고 하는 것 같다는 결론을 내렸다. 여기에 곁가지로 다른 결론을 하나 더 추가하자면 나는 자식을 가질 계획이 없지만 고등학교 3학년인 여동생과 초등학교 4학년인지 5학년인지 잘 모를 남동생이 있고, 오빠 혹은 형이 되서 한거라곤 ndsl로 wifi 대전하다 혹 내가 지기라도 하면 머리 쥐어박은 것 밖에 없으니 오늘 무슨 일이 있더라도 교육감 선거 투표를 할 것이다. 내가 음악으로 뭔가 대단한걸 남길진 확신할 순 없지만, 투표를 통해 동생들에게 보다 나은 미래를 선사해줄 수 있다는 사실은 명확하지 않은가. 내 동생들을 위해서, 당신들의 자식을 위해서라도 이 포스트를 읽는 서울에 사는 분들은 모두 투표를 해주길 바란다. 엎어진 물을 다시 되돌리려면 그 이상의 힘이 필요하고, 혹 되돌리더라도 완전히 되돌릴 수 없다는 것을 우리는 지난 몇달간 우리에게 펼쳐진 다이나믹한 경험을 통해 알고 있지 않은가. 참고로 나는 6번 주경복을 찍을 예정이다.
사실 내가 음악을 하기로 결심한 이유는 m.i.a.의 곡을 만들어 주고 2012년도에 그녀와 결혼하기 위해서인데, 그녀는 ‘kala’ 음반 활동을 마친 후 은퇴할 예정인지라 결국 내 계획은 수포로 돌아가고 말았다. 내가 ‘왜 음악을 하려고 하는가.’라는 질문을 하게 된 원인은 전적으로 m.i.a. 때문이다.
본문과 상관없는 이야기인 것 같긴 하지만,
우선, 이빨닦고 나면 이빨 뿐만이 아니라 뇌까지 씻어지는 듯한 산뜻한 기분이 드는 것 같아요…
이전 생각과 감정과 연결되데 전혀 다른 쪽으로 상쾌한 아이디어가 떠오르는 것 같다는… 잠깐이긴 하지만요…-_-ㅋ
미아…. 쌍권총에 종이 비행기 넣어 쏴서 프로포즈하면 혹시 넘어오지 않을까나요? 앞에서 지폐 다발을 확 다 불태워 보거나…
오늘은 저도 기분이 좋아 횡설수설 댓글 남기고 갑니다…. 지성 -_-ㅋ
그런거 있지요. 이를 테면 방의 상태에 따라 정신의 혼미 정도가 달라져 방은 내 두뇌의 extended version이 아닌가 생각하게 된다든지. 아무튼 이빨을 꾸준히 닦는 건 중요한 것 같습니다. 물론 이빨을 꾸준히 닦아도 m.i.a.는 제것이 될 수 없겠지만. 흑.
신주쿠 여고생 납치사건으로 시작해서 완전한 사육으로 이어지는 케이블에서 주구장창 틀어주던 일종의 스톡홀름 신드롬을 이용하시는 것도 좋겠네요.
에니웨이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는 속담이 떠오르네요.
저는 그녀를 자유로운 영혼으로서 사랑하기에 어떠한 방법으로도 그녀를 속박하고 싶지 않아요. 가장 좋은 방법은 제가 그녀에게서 큰 영감을 받은 것처럼 저 역시 그녀에게 영감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거라고 생각합니다만. 그렇지만..
전 이상하게 어렸을 때부터 애에 대한 환상을 좀 가지고 있는 것 같아요 아아. 저랑 닮은 애가 태어나서 막 꼼지락 거리는 걸 보고있으면 프린세스 메이커 에디터라도 써서 능력치 99999999로 만들어주고 싶어질 것 같다능.(-_-음?) 이게 아니라…음. 애가 나중에 공주가 됐든 농부가 됐든 애 키우면서 느끼는 보람은 몇번의 헐떡임과는 비교할 수 없는 호울리한 것일 것이에요(키워봤나봐..)
근데 전 침흘리는 애랑 쳐울면서 잠못자는 애,똥싸는 애는 딱 질색. 어휴.-3-사형감임.
제가 애를 가져선 안되는 이유를 한나님의 댓글을 보고 다시 한번 느꼈습니다. 저는 프린세스 메이커에서 항상 제 딸을 SM의 여왕으로 키웠거든요.- _- 나이차이가 많이 나는 동생이 둘이고 특히 여동생은 어렸을 때 제가 키우다 시피 해서 그런지 별로 그런 환상은 없는 것 같아요.
이런 재밋는 글을 쓸 수 잇다면 저도 맘껏 이 텅빈 이너넷 공간에 맘껏 제 흔적을 휘갈 겨본텐데 말입니다 하하
에헷, 과찬의 말씀을. 그나저나 그 사이에 m.i.a.는 워너뮤직그룹의 며느리가 되었으니 저 꿈은 더욱 이룰 수 없는 꿈이 되었군요. 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