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컨드 로얄 파티 때 L 사이즈의 카키색 세컨드 로얄 투어 티셔츠를 샀습니다. 105 정도의 사이즈일거라 생각했는데, 막상
입고보니 사타구니 아래까지 밑단이 내려오는 빅사이즈의 티셔츠였어요. 월요일의 고민은 그렇게 시작되었습니다. 나는 꼭 세컨드 로얄
티셔츠를 입고 출근 하고 싶은데, 그것이 내가 그날 밤을 추억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 생각하는데, 그에 받쳐입을 옷은 없었던
것이지요. 보통 이 경우 밑에 통이 넉넉한 카고팬츠를 입으면 쉽게 해결이 되지만, 이사 할 때 잃어버린데다 다시는 그렇게 통이
큰 바지는 입고 싶지 않았거든요. 그렇다고 지금 입는 슬림한 바지들을 그 티셔츠와 맞출 수도 없는 노릇이구요. 새로 옷을 사는게
제일 좋겠지만 시간도 자금도 여유가 있는 편이 아니고. 문제는 의외로 쉽게 해결되었습니다. 살이 빠진 후 라인이 어울리지 않아
입지 않던 리바이스 501xx 진을 꺼내 조금 내려 입으니 씬한 라인의 훌륭한 베기진이 되었고(예전에는 꽉 끼는 바지였는데!),
모자는 여름 내내 쓰고 다니던 페도라 대신 군대 간 동안 어머니가 서랍속에 넣어놔 각이 다 사라진 아디다스 오리지날 메쉬캡을
썼습니다. 오랫동안 벽걸이에 걸어둔 덕분인지 예전만큼은 아니지만 각도 어느 정도 살아난데다 조금 찌그러진 모습이 오히려
빈티지한게 지금 코디와 잘 어울리더라구요. 스니커즈는 나이키 에어포스2 미드 (빨/파)를 신을까 하다가, 그건 너무 과잉인 것
같아 제가 제일 아끼는 조금 큰 사이즈의 아디다스 애티튜드 로우 (주/파)를 신었습니다. 그렇게 입고나니 짜잔- 근사한 80년대
올드스쿨 룩이 탄생했습니다. 씬한 베기진에 빅사이즈의 티셔츠는 예전이라면 촌스러웠겠지만, 최근 80년대 패션과 스키니진의
유행으로 그다지 낯설은게 아니게 되어서 조금 다행이다 싶었습니다. (물론 그런 유행같은거 찾아오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저는 그것을
입었겠지만) 세컨드 로얄 투어 티셔츠 덕분에 예전에 잊혀진 옷들을 꺼내서 지금까지와는 다른 스타일을 연출할 수 있었습니다. 그
다른 스타일의 시도는 제게 큰 자극을 주었고, 저는 기분좋게 그 자극을 온몸을 통해 느끼며 하루를 시작했습니다. ‘와우,
로파이셀레브리티. 너 오늘 어느때보다 멋진데’ 중얼거리며 말이예요.
좋은 파티는 새로운 옷을 코디해 입는 것과
같습니다. 그것은 언제나 큰 자극이 됩니다. 좋은 파티는 예전에 제가 잊고 있었던 떨리는 감정들을 끄집어 내게 하고, 제가
모르고 있던 새로운 감정을 발견하게 해줍니다. 세컨드 로얄 파티 역시 제게 그와 같은 감정을 선사해주었습니다.
handsomeboy technique과 halfby의 음악은 경계가 없습니다. (fredo는 잠시 예외로 둘께요. 그의
텍스쳐는 위 둘에 비해서는 어느정도 고정되어있으니까요. 아, 안그래도 fredo 타임만 춤 추지 않아서 미안한데, 그의 음악이
나쁜게 아니라 그의 취향의 텍스쳐가 저와 맞지 않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어요) 그들은 고물상 수집가처럼 남들이 미처 음악에서
발견하지 못한 것들을 아무렇지 않게 가져와 재활용 아트처럼 그럴듯한 곡을 만들어냅니다. 그들이 텍스트를 선별하는 것에서부터, 그
텍스쳐를 겹겹이 쌓아올리는 과정은 그 이전의 그와 같은 방법으로 음악을 해왔던 그 누구와도 다른 것입니다. 그들은 여기저기서
익숙한 것들을 끌어와 가장 익숙하지 않은 것을 만들어 냅니다. 그들이 만들어 낸 것은 익숙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아름답고
유쾌하며 몸을 움직이게 만듭니다.

그
들이 트는 음악은 그들이 만들어낸 음악을 통해 어느 정도는 예측 가능한 것이었습니다. frente!를 샘플링했던 halfby가
메인스트림 취향의 팝/락 곡을 셀렉트 한 것이나, handsomeboy technique이 beastie boys를 연이어 튼
것이나. (그러고보니 그들의 second royal이라는 레이블 이름은 지금은 사라진 grand royal에서 가져온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심지어 그 둘은 타이포도 비슷해요.) 그들의 플레이는 딥하지도, 레어하지도, 현란하지도 않았습니다.
그러니까, 그들은 젠체 하거나 가르치려 하지 않았습니다. 그들은 그저 좋은 음악을 가장 좋은 방식으로 틀었습니다. 그리고 그들이
음악을 트는 좋은 마음은 너무도 분명하게 전해져, 우리는 춤을 추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심지어 그들은 우리와 함께 춤추고
노래 불렀습니다. fatboy slim의 ‘praise you’가 나오던 순간 handsomeboy technique은
뮤직비디오에서 나오던 장면을 그대로 재현했고, 무대위에서 혹은 플로어에서 그들은 항상 웃고 떠들고 춤을 췄습니다. 그들은 플로어
위에서는 누구나 평등하다는 것을 너무도 잘 알고 있는듯이 보였습니다.
더는 글을 잇지 못하겠네요. 이 파티 후기는
실패한 후기입니다. 그 어떤 수식으로도 그날의 흥분을 전할 수는 없으니까요. fredo가 끝나고 handsomeboy
technique이 다시 등장해 pizzicato five ‘we dig you’에 실린 ‘yikes! peach cut
5’24′를 틀고, 따라 부를때의 감정을 어떻게 전할 수 있겠습니까. 제가 파티 후기를 적는 이유는 어쩌면 그저 미련일뿐일지도
모릅니다. 지금도 시간을 돌릴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사실에 절망하고 있는걸요. 하지만 다행히도 저는 그 이후 그 미련을 달래줄
것을 찾았습니다. 하나는 handsomeboy technique의 ‘jet set tokyo 3rd anniversary
mix’이고, (그러고보니 second royal의 멤버들 중 상당수가 jet set records에서 일하고 있다고.) 하나는
hafbly의 ‘rodeo machine + screw the plan’ 뮤직비디오입니다. 전자의 것은 올릴 수 없으니, 후자의
것만이라도 올리는 것으로 이만 글을 마칠께요. 안녕. 사랑해요. second royal. 좋은 파티 기획해준 유미씨 고마워요.
그날 바쁘다며, 피곤하다며 파티에 못가겠다고 했던 모든 이들, 당신들은 바보야. :P
halfby – rodeo machine + screw the plan
* 이 파티 이후 handsomeboy technique의 블로그에 제 이야기가 실렸습니다. 내용은 ‘이번 주최해 준 유미 (이름은 일본인생포하면 와 한국인입니다)가, 「 나의 친구, 이제(벌써) 키스 하고 싶을 정도 모리노씨좋아한다고 말했었어요! 오늘 와요!!」(은)는! 그 후 곧바로 그 친구 왔어요! 남자였어요!!’ 흑. (그전에 뽀뽀해주고 싶을 정도로 그의 음악이 마음에 든다고 얘기했었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