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o Sung Land> by amature amplifier

아마츄어 증폭기의 <수성랜드>를 사고 싶었으나 오랫동안 사지 못했다. CD-R 앨범의 가격으로 만5천원은 너무 비싸다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음악의 가치와 음악이 담긴 매체의 가치를 혼동하고 싶진 않지만 이미 매달 꼬박꼬박 공간의 가치가 집 주인의 고정불로소득의 가치로 환원당하고 있는 이상 이런 판단이 부당하진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 이 달치 집 주인의 고정불로소득의 가치를 지불해야 하는데 돈이 없어 광랜, IPTV, 인터넷전화, 이렇게 세가지 결합상품(전문용어로 TPS라고 한다.)을 신청하고 사은품으로 현금 38만원을 받기로 했다. 24만원을 내고 나면 14만원이 남는데 그 중 나와 이란의 돈부리 값으로 만4천원을 지불하고 미화당에서 이 음반을 구입했다. 곰다방에서 식사에 대한 답례로 이란이 사주는 만델링 커피를 마시며 담배를 피우고 이 음반의 북클릿을 구경하며 2만9천원만 있으면 대략 완벽에 가까운 하루를 가질 수 있다는, 아니 대략 완벽에 가까운 하루를 보내기 위해선 2만9천원이 필요하다는 깨달음을 얻었다. 남은 돈으로 앞으로 나는 세 번의 완벽에 가까운 하루와 한 번의 덜 완벽에 가까운 하루를 보낼 수 있다. 그 후엔, 뭐 하루 따위야 완벽하지 않아도 지나가는 법이니까. 그래도 통신과 관련된 쓸데 없는 서비스가 더 개발 되어 통신사는 그것을 팔려 하고 별 필요를 느끼지 못하는 사람들이 현금을 준다길래 그것을 구매하는 상황이 다시 벌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든다. 결과적으로 만5천원은 아깝지 않았다. 곡 수가 많았기 때문이다. 앨범 단위로 음반을 듣는지라 곡 수가 많으면 되려 피로함을 느끼곤 하는데 특별히 피로하지도 않았다. 각 곡의 러닝타임이 짧았기 때문이다. 만5천원이라는 가격을 생각하지 않고 듣는다면 음악은 좋았고 가사는 그보다 조금 더 좋았고 앨범 커버는 굉장히 좋았으며 북클릿이 케이스에 딱 들어 맞아 케이스 똑딱이의 자국이 남는 건 좋지 않았다. (생각해 보니 케이스 똑딱이 자국에 대한 마지막 감상은 만5천원이라는 가격을 완벽히 생각하지 않는데 실패한 감상인 듯 하다.) 들려 주고 싶은 사람들의 얼굴이 떠올랐지만 그들이 이 음악을 좋아할지는 모르겠다. 굳이 내가 들려 주고 싶은 이들이 아니라도 얼굴을 모르는 다른 여러 사람들이 이 음반을 들었으면 좋겠다. 그 중 어떤 이들은 이 음악을 좋아할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그들이 TPS와는 관계 없이 이 음반을 구입할 수 있었음 좋겠다.

사계절스픈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