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월 22일, 초가을. 볕은 따뜻했고 바람은 서늘했다. 반 쯤 이그러진 달의 표면을 연상케하는 마포구 아현동 재개발 지역엔 누군가 일부러 심어 놓은 듯한 해바라기가 고개를 떨구고 있었고 나와 이란은 곧 재개발 될 게 분명한 골목의 '니가 내! 호프' 간판을 보고 소소한 웃음을 지었다. 우리는 두개의 이발소와 방직 공장,이라 부르기엔 너무도 초라한 무언가를 거쳐 출발했던 장소에 돌아왔다. 각자의 일을 향해 헤어지고 난 후 집에 돌아오는 길에 joker's daughter의 'lucid'를 반복해 들었다. 아니, 기계가 인간보다 인간의 마음을 더 잘 헤아리는 디지털 시대를 증명하듯 nokia 6210s에 포함된 기본 뮤직 플레이어의 'shuffle'이라는 디지털 친구가 추천해 주었다. 그리고 오늘의 풍경은 오롯이 이들의 음악에 담겼다. 음악이란 나처럼 말로 표현하기 힘든 감정을 문장으로 정리하기엔 게으른 사람을 위해 존재하는 게 아닐까. 기계가 아무리 사람의 마음을 잘 헤아려도 이 역할까지 대신 하지는 못할 것이다. 이 후 몇 가지 일이 더 있었으나 이 곳엔 적지 않기로 한다. 모두 joker's daughter의 곡이 대변해 주고 있으니까. 10월 22일. 우석훈의 말처럼 즐거운 뉴스는 하나도 없던 날. 나는 고향은 잃었지만 아무리 퍼내도 마르지 않는 그리움의 우물은 남아 있다는 사실을 다시 확인했다.

joker's daughter <the last laugh>
joker's daughter는 여성 싱어송라이터 helena costas와 gnarls barkley의 프로듀서 danger mouse의 합작 프로젝트다. 2009년 4월 domino에서 정규 앨범 <the last laugh>를 발표했다. 보다 상세한 정보는 이 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joker가 누구인진 몰라도 청승 한번 참 우아하게 떠는 딸을 둔 것 같다.
luci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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